스승의 날 편지
선생님!
곧 스승의 날이에요. 빨리 이 날이 오길 기다렸어요.
칠레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어요. 곧 겨울이 오고 추워질 거예요. 저는 추위를 싫어해서 겨울에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요. 이번 겨울에는 춥다고 움츠러드는 저를 나무라지 않으려고요. 추위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내볼게요. 추위를 느껴볼게요.
저는 여기 와서 계절이 변하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날씨를 확인하면서 비가 오면 '망했다!'라고 걱정했어요. 봄에 피는 벚꽃도 가을에 보는 단풍도 숙제처럼 '봐야 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는 아침에 일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창밖을 봐요. 어떠한 날씨라도 괜찮다는 마음으로요. 걱정 때문에 자주 봤던 일기 예보는 확인하지 않아요. 창문을 열면서 계절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요. 두려움 없이요. 다행스럽게도 칠레는 한국처럼 큰 비가 오지 않아요. 흐린 날도 비 오는 날도 많지 않은 칠레의 날씨를 저는 아주 좋아해요.
부모님과는 화해하지 않았어요. 거의 1년이 지났네요. 연락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직도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고 원망하고 있어요. 용서는 불가능해요. 책에는 누군가를 미워하면 자신이 힘들다고 미워하는 마음을 멈추라고 하는데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미워하는 것밖에 없어요. 멈출 수가 없어요. 선생님께서 저에게 그래도 부모님과 잘 지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아서 좋았어요. 이 시간을 통과해 보려고요. 결말을 걱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마음은 수시로 변하고 흔들리지만 다시 제자리로 와요.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저를 더 빨리 제자리로 오게 하는 것 같아요. 예전보다 저를 더 소중히 돌보고 있어요. 이 모든 게 선생님을 만나서 가능해졌어요.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서툴러요. 매일 육아에 실패하고 있어요. 육아에 성공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어요. '빨강머리 앤'에서 앤이 했던 말을 되새기며 감사하고 긍정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자고 나면 실패하지 않은 하루가 시작된다는 게 다행이에요. 아침에는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볼 수 있거든요.
선생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요. 그리고 그리워요. 센터의 공기, 따뜻한 차도요. 센터는 제가 늘 달려가고 싶은 곳이에요.
곧 택배가 도착할 거예요. 저번처럼 보낸 사람이 누군지 몰라 당황하실까 봐 이번에는 미리 알려드려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선생님께서 저에게 베풀어주셨던 다정한 마음들을 늘 기억하고 있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