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어도 괜찮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주어진 시간을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마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운동이다. 나는 '마음이 힘들 땐 몸으로 돌아오라'는 명상 선생님의 조언과 '산책을 하라'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따르기로 했다. 혼자 걷고 달리고... 그렇게 우울감을 털어냈다.
두 번째는 독서다.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을 정도로 눈 뜨면 책에 가장 먼저 손이 갔다. 책에 집착했다. 나에게 사람의 위로보다 책의 위로가 더 필요했다. 사람의 위로는 때때로 나에게 위험했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휴직 초기에는 내 상황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일이 힘들었다. 멀리서 아는 사람이 보이면 길을 돌아서 갔다. 나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될지 막막했다. 누구를 만나는 일이 아직도 어렵다. 만나기 전에 '꼭 만나야 되나'를 고민한다.
학교에 있을 때는 학교가 전부인 줄 알았다. 교사로 사는 것이 때로 힘들었지만 자주 행복했다. 적성에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교사가 천직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교사의 역할을 벗어던진 나는 아무 재미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교사가 아닌 나도 적성에 잘 맞다. 예민한 성격 탓에 교사로 살기 참 힘들었겠다고 생각한다. 수백 명의 학생들, 동료 교사들, 직장 상사의 말과 행동에 상처받았다. 상처받은 나는 타인에게 상처를 줬다. 상처를 주고받는 행위가 사라지니 마음이 편했다. 스트레스가 사라진 것 같았다.
나는 만족을 모른다. 학교만 안 가면 불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불만이 쌓인다. 집안일은 반복된다. 해도 티 안 나고 조금 안 하면 티가 확 난다. 아이들에게 잔소리가 많아졌다. 아이들을 유심히 보게 되니 마음에 안 드는 구석도 보인다. 아이들에게 어두운 내 모습이 보이면 불안해진다. 진료를 받았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께 사실을 털어놓으니 아이가 나를 닮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냐고 하셨다. 완벽한 엄마보다는 그냥 괜찮은 엄마가 되라고 했다.
주변에서 자주 묻는다. 혼자 있으니 심심하지 않냐고. 혼자 집에서 뭐하냐고.
나는 대답한다. 원래 백수가 과로사하는 거라고. 혼자 재미있게 논다고.
어렸을 때에도, 성인이 되어서도 혼자 지내는 것이 불편했다. 혼자 있고 싶지만 누군가와 같이 있어야 될 것 같았다. 혼자 있는 나는 소외된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혼자 있다고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는데. 누군가와 같이 있어도 잘 지내지 못했다.
지금은 혼자가 편하고 좋다. 혼자 있으면 혼자 있어서 좋고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그런대로 있을만하다. 내 마음이 편해지니 사람도 이뻐 보인다. 일할 때는 사람이 그렇게 밉고 싫고 단점만 보였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었다. 지금은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의 몰랐던 장점이 보인다. 저 사람에게 이런 좋은 점이 있었구나! 알아차리기도 한다.
누군가 그랬다.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도 잘 지내는 거라고.
그렇다고 내가 나와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다. 화해하는 중이다. 매일 나에게 화내고 용서하고 있다.
이런 마음의 여유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 다시 내가 있는 세계 밖으로 나가면 세상과의 불화가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지. 나와 화해하는 법을!
나에게 관대하고 친절하고 따뜻하기를.
실수해도 괜찮다고 용서하고 다그치지 않기를.
바쁘다고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것을 외면하지 않기를.
내가 힘들면 언제든 멈추고 그만둘 수 있기를.
커피와 독서로 나를 기쁘게 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