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그리워하게 될까?

내게 소중한 것들

2021.4. 9.(토).jpg 내 심신회복을 도왔던 집 근처 산책로가 제일 그리울 것 같다.


올해 8월에 가족들과 칠레로 유학을 가기로 했다. 작년에 남편의 해외 파견 근무가 결정되었고 어제 남편의 대학원 입학이 확정되었다. 아이들이 다닐 학교만 정해지면 된다. 제일 중요했던 남편의 학교가 결정되고 나니 이제 정말 가는 건가 싶다. 마음이 이상하다. 설레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상담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곧 떠나니 여기 일상을 많이 담아두라고. 아마 그리울 거라고.

무엇을 담아두어야 할지 고민했다.

갑자기 '그립다'의 뜻이 궁금해졌다. 검색해봤다.

그립다: 만나고 싶거나 보고 싶은 마음이 애틋하고 간절하다.


이곳을 떠난다고 결정하니 다시 못 돌아올 것처럼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내게 잘해주었던 사람을 만나 고맙다고 말하고 싶고, 내가 상처 주었던 사람을 만나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마치 죽음을 앞둔 환자가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것처럼.


오늘은 친정 오빠의 집들이에 갔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맛있게 밥을 먹었다. 집에 와서 당분간 가족들과 이런 시간을 보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짠해졌다.


떠나봐야 아는 것 같다. 그것의 의미를

가족을 떠나 봐야 가족의 소중함을 알듯이, 건강을 잃어야 건강의 중요함을 알듯이, 내가 머물던 자리를 떠나야 그곳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추웠는지 나를 보호했는지 훼손했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며칠 전, 작년에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에 올해도 2명의 선생님이 일을 쉬기로 했다고 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일했던 일터는 나를 훼손했음을. 내가 타고난 성정이 나약해서, 유리 멘탈을 가져서 우울증에 걸린 것이 아니라 내 일터가 여러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를 알고 나면 소중한 것들이 보인다.

학교를 떠나 집에 있으면서 나는 책임을 다하는 것보다 나를 돌보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다. 학교는 일을 하는 곳이지 내 인생을 걸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소중했던 내가, 내 가족이 보였다. 학교에서 중요한 것은 일을 통한 성취가 아니라 내가 매일 만나는 학생들과의 즐거운 수업이었다. 나는 그것의 의미를 몰랐다.


한국을 떠나면 나는 무엇을 그리워하게 될까?

빠른 행정처리, 인터넷 속도, 병원 진료

엄마 김치, 산책로, 밤늦게 걸어도 안전한 거리...


이것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찬찬히 살펴봐야겠다.

지금은 담아두고 누려야지. 칠레에 가서 실컷 그리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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