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가 있다.

시절 인연

2022. 4. 8.(금).jpg 때에 맞게 피는 꽃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지인 A에게 심리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나는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했고 마음 챙김 명상 수련을 한 지 8년 정도 되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고 있다. 나도 이번에 우울증을 겪으며 심리 상담을 받았다.


지인 A는 생각해보겠다는 말로 친절하게 거절했다. 나는 답답했다. 나를 상담해주셨던 선생님께 미리 상담에 대한 문의를 했던 터라 상담 선생님께 그간의 사정을 설명드렸다.

"자기 때가 있더라!"

상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때에 맞게 나타난 인연이, 사건이, 경험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지나고 나서 우리가 인연이었는지, 이 사건이 내게 필요한 경험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남편을 만난 것은 27살 때다. 현재의 시누이가 남편을 소개했다. 2달 정도 교제 후 헤어졌고 1년 8개월 후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났을 때는 내가 달라져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가정 형편은 그대로였으나 그 상황을 보는 내 마음이 달라져 있었다. 우리집의 가난은 내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 내가 다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혼을 결심했다.


나는 육아휴직을 4년 동안 했다. 휴직하는 동안 교사인 친구들은 업무 경험을 쌓고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나만 뒤쳐지는 것 같았다. 복직 후에는 4년 간의 공백을 메우려 부단히 애썼다. 뭐든 욕심을 부렸다. 모든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더, 더 하면서 나를 다그쳤다. 그러다 작년에 우울증이 찾아왔고 학교를 쉴 수밖에 없었다. 쉬면서 마음을 돌보자 나에게 지금 휴식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고 싶었지만 미뤄놓았던 운동, 글쓰기, 독서를 마음껏 하고 나니 다시 살아볼 용기가 생겼다.


어쩌면 때가 있다는 것은 내가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난을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인정했을 때 남편과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내가 우울증을 받아들이고 학교를 쉬기로 용기냈던 것처럼. 나의 현재를, 과거를 받아들이면 그게 인연이 되고 때가 되는 게 아닐까?


지인 A에게 다시 자신만의 때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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