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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Jun 19. 2023

아타카마 사막, 낯선 칠레의 모습

칠레에 이런 곳이 있었어?

칠레에는 사이버 데이(Cyber Day)가 있다. 이 기간에 인터넷으로 제품을 구매하면 할인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이번에는 와인, 아이들의 간식과 운동화, 식재료 등을 샀다. 그리고 한 번도 이용해 보지 못했던 항공사 LATAM에서 항공권을 평소보다 저렴하게 구입했다. 칠레에서는 저가항공만 타봤다. 저가항공이 늘 최저가였으니까. 칠레의 대표 항공사인 LATAM은 언제 타보나 했는데. 항공권 할인율을 확인하고 여행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추위, 아이들 학교 결석 같은 것은 생각할 틈도 없이 일단 항공권을 결제했다.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칠레의 계절은 겨울인데 사막의 날씨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결정해야 될 것도 있었다. 목적지인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이하 아타카마)에는 공항이 없다. 근처 칼라마 공항에서 내려 버스나 transvip을 타거나 차를 빌려서 아타카마로 가는 방법이 있다. 차를 렌트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아타카마의 기온은 산티아고와 비슷했다. 다만 일교차가 컸다. 우리는 차를 렌트하기로 했다. 여행사의 투어비가 저렴하지 않고 아이들이 있으니 차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편하다.


산티아고 공항, 공항은 늘 설레게 해


3박 4일의 일정으로 아타카마로 출발했다. LATAM 항공을 처음 이용하는 우리는 비행기에서 음료가 제공되는지가 제일 큰 관심사였다. 아르헨티나 항공을 탔을 때 음료를 제공받았던 기억이 있어 나도 은근 기대가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기대하지 말고 그냥 자라고 말했다. 할인된 가격으로 산 항공권이라 음료가 없어도 괜찮았다. 갑자기 승무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음료를 가지고 나왔다. 아이들이 흥분했다. 항공권 값에 음료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행기에서 무언가를 주면 횡재한 기분이다. 그런데 비행기 좌석은 비행기 맨 뒤편이었다. 그래도 괜찮다. 싸게 산 항공권이니까.


칼라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해 두었던 렌터카 업체를 찾아갔다. 계약서 작성, 면허증과 여권 제시 등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마지막 절차인 렌터카 수리비 보증을 위한 신용카드 결제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꼭 신용카드로 70만 페소를 결제해야 되는데 내가 가져간 칠레 신용카드의 한도는 고작 30만 페소였다. 결제가 되지 않았다. 다른 신용카드는 없었다. 렌터카를 빌리지 못하면 전체 여행 계획이 다 틀어지는데. 남편의 눈빛은 나를 원망하는 것 같았고 나는 한국에서 쓰던 신용카드 한 개를 더 챙기지 않은 나를 탓하느라 괴로웠다. 다행히 칠레에 사는 남편의 친구에게 부탁해 카드 결제를 마칠 수 있었다. 그래, 여행이 순조로우면 재미없지. 무사히 해결된 것에 만족하고 남편이 나에게 보냈던 따가운 눈빛에 대해 더 말하지 않았다. 싸우면 여행이 힘들어지니까.


렌터카를 타고 호텔로 바로 갔다. 오후 2시에 아타카마에 도착했으니 여행지 한 곳을 둘러보려고 했다. 먼저 다녀온 지인이 고산병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첫날은 무조건 휴식할 것을 권했다. 고산병은 컨디션이 제일 관건이라는 다른 여행자들의 글도 참고했다. 호텔에 짐을 두고 아타카마의 맛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나는 거의 먹지 않았다. 고산병으로 토할 수도 있다고 하여 조심했다. 하지만 첫날은 나만 고산병으로 힘들었다. 기운이 없고 춥고 머리가 아팠다. 출발 전날 저녁부터 배가 아프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컨디션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 맞았다. 


호텔로 바로 들어가기 아쉬워, 아타카마 가는 길에 어느 전망대에서 한 컷!


호텔은 마음에 들었다. 보통은 여행할 때 아이들 때문에 3성급 이상의 호텔을 예약한다. 아타카마의 높은 물가 때문에 2성급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비는 다른 여행지의 3성급 호텔의 가격과 비슷했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호텔의 상태는 괜찮았다. 특히 좋았던 점은 로비에서 생수를 제공하고 주방에 커피도 있었다. 따뜻한 물도 계속 마실 수 있어 가지고 갔던 컵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전자레인지는 사용할 수 없어 햇반을 먹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첫날은 무조건 쉬려고 했지만 부지런한 남편은 이 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깝다며 가까운 곳이라도 가자고 했다. 고산병으로 힘들지 않았으면 흔쾌히 따라갔을 나지만 몸이 힘들어 바로 동의하지 못했다. 저녁을 먹고 별을 보러 가자는 남편의 말에 나도 따라나섰다. 초저녁이어도 어두워서 남편과 아이들만 보내기 무서웠다. 우리가 간 곳은 '십자가 언덕'. 한국인에게만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휴대폰 카메라에는 별이 보이지 않아서 멋진 사진은 찍을 수 없었지만 남들 가본 곳은 꼭 가보고 싶지 않나. 결국 가서 사진만 찍고 얼른 돌아왔다.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위험하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찾기 쉽지 않았다. 

 

별이 없어서 아쉽다


보통 여행자들은 아타카마에 와서 투어사를 통해 밤에 별투어를 한다. 나는 작년에 라 세레나에서 별투어를 한 적이 있어서 이곳에서는 하지 않았다. 밤에 하는 일정은 아이들과 나도 힘들다.


둘째 날, 아침이 되자 두통은 괜찮아졌다. 새벽까지 두통으로 잠을 설쳤는데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기대하던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배도 고팠고 호텔 조식은 꼭 챙겨 먹으려고 한다. 그게 다 돈이지 않나. 조식도 상당히 좋았다. 메뉴가 다양하지 않았지만 에그 스크램블을 바로 주문을 받아서 해줘서 좋았다. 배가 아파서 전날 마시지 못했던 커피도 두 잔이나 마셨다. 남미의 커피는 진하다. 진한 커피를 마시자 살 것 같았다. 


첫 번째 여행지는 '달의 계곡'이다. 이곳은 여행자들에게 필수 코스다. 아타카마의 사막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투어사를 통해서도 가고 자전거, 자동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 나는 찌는 듯한 햇빛을 받으며 도저히 자전거를 탈 수 없을 것 같다. 젊은 여행자들 몇몇은 자전거를 타고도 왔다. 넓은 지형이기 때문에 차로 이동해서 몇 군데를 보고 오면 되는데 전망대까지 걷는 시간이 상당하다. 평소에는 날아다니던 우리 둘째가 이곳에서 많이 걸어야 해서 힘들었다. 다 구경하고 나니 점심때가 되었다. 


걷고 또 걸었다

아타카마를 여행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아타카마의 많은 여행지들이 오전에는 개인 여행자, 오후에는 투어사를 통한 여행자들에게만 개방한다. 사전에 가고자 하는 곳의 입장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정된 시간에 많은 곳을 볼 수 있다. 나는 미처 확인하지 못해서 몇 개의 여행지를 가지 못해 아쉬웠다. 또 사전에 웹사이트를 통해 티켓을 결제해야 입장이 가능한 곳이 있다. 현장에 가면 매표소가 없거나 티켓을 구입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티켓을 미리 결제하지 않으면 절대로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정보는 돈이다.' 사전에 여행지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가면 시행착오가 줄어든다. 한 번씩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때마다 기운이 빠진다. 이번에도 절실히 느끼고 왔다. 나는 주로 '구글 맵'의 리뷰를 통해 사소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얻는다. 식당도 여행지도 호텔도. 이곳에 와서 구글을 사랑하게 되었다.


두 번째 여행지는 '착사 호수'다. 출발하기 전 호텔 데스크에 사전에 티켓을 결제해야 되는지 물었다. 

"Si!" (네)

남편이 휴대폰으로 웹사이트에 들어갔다. 온라인으로 결제해도 과정이 쉽지 않다. 칠레에 와서는 이런 사소한 것까지 모두 남편이 해결한다. 남편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 괜히 눈치가 보였다. 


목적지는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렸다. 오전에 걷느라 고생했던 아이들은 가는 도중에 몇 번이나 많이 걸어야 되냐고 물었다. 아이들에게는 확실하지 않으면 대답하면 안 된다. 나중에 기대했던 것과 다르면 아이들은 몇 배로 짜증을 내기 때문이다. 

"엄마도 모르겠어. 가봐야 알겠다!"라고 얼른 말했다.


다행히 많이 걷지 않고도 호수를 볼 수 있었다. 홍학을 보는 것은 덤이다. 이곳 하늘은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으면 그림 같다. 



셋째 날, 아타카마 여행 마지막 날에 가장 힘든 곳을 갔다. 간헐천이다. 보통 투어사에서는 새벽 4시 정도 출발하는데 아이들을 고려해 새벽 5시 30분에 출발했다. 호텔에 새벽에 투어가 있다고 말하면 간단하게 먹을 샌드위치와 과일을 챙겨준다. 이런 복지도 좋았다. 차로 어둠 속에서 운전하는 것이 위험해서 걱정했지만 천천히 가다 보니 도착할 때쯤 해가 떠올랐다. 간헐천은 고도가 높아 고산병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추위와 고산 증세까지 겹쳐서 아이들이 힘들어했다. 나도 살짝 머리가 아팠다. 준비한 코카잎을 입에 넣고 다녔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소금 호수(laguna Cejar)'다. 개인 여행자는 오전에만 입장이 가능하다. 사전에 온라인으로 티켓을 결제해야 한다. 기온이 낮아 호수에 들어가려면 오전 중 제일 늦은 시간이 괜찮을 것 같아 낮 12시로 예약했다.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지만 물이 차가웠다. 호수에 들어가는 시간은 30분으로 제한하고 있어 오래 머물 수 없다. 호수에 염분이 많아 사람이 들어가도 가라앉지 않아 신기했다.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다녀와서 둘째의 감기 증세가 심해져 걱정했지만 다행히 열이 오르지 않아 안심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이틀을 더 집에 같이 있었더니 나도 힘들었다. 겨울에는 여름보다 여행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여행이 남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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