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 오길 잘했어!
칠레에 살면서 남미 여행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다. 남미 여행 시 꼭 이과수를 가보라고 추천하는 글을 많이 읽었다. 사진만 봐도 정말 가고 싶었다. 남편도 지인들이 이과수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도 꼭 가자고 몇 번이나 말했다. 나는 이과수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페루의 마추픽추를 먼저 볼 줄 알았는데. 이과수에 먼저 갔다. 지난 4월의 일이다.
이과수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세 나라에 걸쳐있다. 파라과이는 가지 않고 보통 아르헨티나, 브라질에서 본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악마의 목구멍'이라 불리는 엄청나게 큰 물줄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브라질에서는 이과수 폭포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 둘 다 매력이 있다. 나와 남편은 단연 아르헨티나에서 보는 이과수를 더 좋아했다. 악마의 목구멍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듣는 순간, '칠레에 유학 오길 정말 잘했어!'라는 생각을 했다.
이과수를 보려면 최소 이틀은 걸린다. 시간이 없는 배낭 여행자들은 하루에 두 나라를 모두 다녀오기도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있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하루는 아르헨티나에서, 나머지 하루는 브라질에서 이과수를 보았다. 숙박은 브라질보다 아르헨티나가 더 저렴하여 아르헨티나에서 했다.
나는 여행사를 이용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로 가려면 국경을 넘어야 한다. 여행사를 통하면 좀 더 편하게 통과할 수 있고 이과수로 가는 교통편도 제공받을 수 있다. 물론 비용이 많이 든다. 여행자들은 택시나 버스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이과수로 이동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다.
이과수는 여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폭포에서 나오는 물을 맞으려면 여름이 제일 좋다. 나는 여름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갔지만 낮이라 햇빛이 뜨거웠다. 젖었던 옷이 금방 말랐다. 비옷을 입은 관광객들도 있었지만 여름에는 굳이 비옷은 필요 없을 것 같다. 관광객들끼리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나도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과수에서 큰아들은 펑펑 울었다. 이과수가 너무 멋져서 운 것은 아니다. 이과수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보트투어가 있다. 두 나라 모두에서 할 수 있다. 가격이나 풍경 모두 아르헨티나가 좋다고 하여 아르헨티나에서 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보트투어는 나이 제한이 있다. 만 12세 이상이 가능한데 둘째는 해당이 되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첫째만 하기로 했다. 투어 당일 남편과 내가 깜박 잊고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여권을 가져가지 않았다. 여권을 찍어놓은 사진을 보여주며 투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사정했지만 투어를 할 수 없다는 매표소 직원의 단호함에 나와 남편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남편만 보트투어를 하게 되었고 남편을 기다리는 내내 큰아들은 울었다. 남편은 속상한 마음으로 보트 투어를 해서인지 다녀와서 재미가 없었다고 했다. 이후 나와 남편은 어딜 가든 여권은 꼭 챙긴다.
이과수를 다녀오니 큰 숙제를 끝낸 것처럼 후련했다. 4명의 가족이 여행을 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비행기 한 번만 타도 200만 원 정도가 든다. 통장 잔고의 가벼움을 확인했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다녀와서 마음도 가벼워졌다.
남편과 나는 지금도 말한다.
"이과수는 남미 여행 중 최고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