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17.
어제는 하루를 순하게 보내겠다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국 매운맛으로 끝났다. 큰 소란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자러 들어가서 몸싸움을 하는 것을 보고 화가 폭발했다. 아이들이 싸워서 화가 난 것인지 무난하게 하루를 보내겠다는 나의 바람이 좌절되어서 화가 난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한참 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불금을 불태우지도 못하고 쿨하지 못하게 보냈다.
아침에는 모든 것이 리셋되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침을 준비해서 먹고 시장에 갔다. 운 좋게 배추를 싸게 샀고 김치를 담갔다. 평소와 다르게 김치 담그기를 미루고 미루다 겨우 끝내지 않았다. 편한 마음으로 하나씩 하나씩 과정을 따라가니 어느새 김치통에 김치가 담겨 있었다.
'배추를 언제 다듬지?' 걱정할 시간에 칼을 가져가서 배추를 반으로 갈랐다. '마늘은 언제 다 까지?' 걱정하지 않고 남편에게 마늘 까기를 부탁했다. 제일 걱정된 과정들이 손쉽게 해결되니 그다음부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신기하다. 일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혼자 다 하려고 하면 힘들구나. 학교일도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혼자 걱정하면서 외롭게 꾸역꾸역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김치 담그는 일이 매주 큰 숙제처럼 마음을 무겁게 했는데. 오늘 경험해 보니 편안하게 하는 방법을 알겠다.
평일을 잘 보내기 위해 주말에는 할 일이 많다. 주말은 그냥 휴일이면 좋겠다. 평일을 대비하기 위한 날이 아닌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