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면서 하기

2023. 6. 20.

청소가 하기 싫다. 뭐든 하기 싫다. 날씨가 추워졌고 아이들의 방학이 다가온다. 어젯밤에 나만 보는 일기를 쓰면서 알았다. 내가 요즘 왜 화가 나는지. 아이들의 방학이 다가오면 몸도 마음도 지친다. 작년에 방학을 앞두고 크게 아팠다. 나는 다짐했다. 지쳐도 긴장을 풀지 않기를. 방학이 시작되면 마음을 놓기를.


유튜브에 나올 만한 화려한 반찬으로 싸는 도시락이 아닌데도 평일 아침은 무겁다. 처음에 비해 도시락을 싸는 요령이 생겼다. 비싸서 사지 않았던 냉동 만두를 한인마트에 가서 샀다. 참치 통조림은 칠레 마트에서 사서 먹어 보았는데 맛이 한국과 비슷했다. 냉동식품과 가공 식품으로 조금씩 여유를 찾았다. 집에서 잘 먹이면 되니까. 스스로를 달랜다.


공개 일기만 쓰다 보니 내 마음속까지 깊게 내려가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 좀 더 솔직하고 편안하게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나만 보는 일기도 다시 쓰기로 했다. 매일 쓰고 싶다는 바람은 이루었지만 매일 변하는 마음을 놓칠 뻔했다.


글쓰기에 거는 나의 기대를 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꾸준히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게 명상이든 글쓰기든. 글쓰기가 목적이 아니라 내 마음을 보는 수단이기를 바란다. 더 편하고 가볍게 쓸 수 있겠다.


청소하기 싫은 나를 달래서 청소를 마쳤다. '해야 한다'라고 강요하지 않고 '힘들어도 좀 더 해보자'라고 나를 달랬더니 소파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오늘도 달래 주자, 누구든!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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