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신기하다

2023. 6. 21.

지금부터는 꿈 이야기다. 잊어버리기 전에 쓰려고 한다. 너무 생생해서 마음이 아팠다.


우리 가족은 자동차로 미국을 여행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5, 6살 정도로 보인다. 미국이긴 한데 어느 지역인지 모른 채 차를 타고 가다 어느 마을에 들렀다. 해가 지고 있어서 어디든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어디로 가야 호텔이 있는지 물었다. 조금만 가면 있다고 알려주었다. 문득 나와 남편의 휴대폰이 먹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 유심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가까운 상점에 유심을 사러 갔다. 상점에는 세 명의 한국 여성 직원이 있었고 그중 머리가 긴 여성이 유심에 대해 나에게 설명했다.


누군가로부터 연락을 받은 남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왜 그러냐고 자꾸 물으니 남편이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오래전에 같은 직장의 여직원과 바람을 피웠고 뒤늦게 알게 된 그 여자의 남편이 소송을 했다고.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언제 남편이 바람을 피웠을까'를 추측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남편의 회식이 있으면 대리운전을 하고 와서 다시 새벽에 출근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여 직장에 있는 숙소에서 자는 것을 허락한 적이 있었다. 갑자기 그때가 떠올랐다.


무엇부터 해야 될지 몰라 답답했다. 당장 이 소식을 누구에게 알려야 될까. 시어머니가 떠올랐다. 근데 시어머니가 속상해하실 것을 생각하니 당장 연락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큰아이는 남편과 나의 대화를 듣고 자꾸 눈치를 보고 있다.


꿈이 생생할수록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어제 나는 불안한 채로 잠이 들었다. 마음이 불안할 때 이런 꿈을 자주 꾼다.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하는, 누군가에게 버려지는 꿈 말이다. 남편과의 관계는 좋지만 나는 아직도 언제 남편에게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아마 어릴 적 부모님이 자주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생긴 마음일 것이라 추측한다. 엄마가 언젠가 우리를 버리고 갈지도 모른다고 어릴 적 나는 자주 생각했다. 엄마도 아빠랑 싸우면 그런 말을 했다. "너희들만 아니면 진작에 도망갔을 거다."


감각이 예민한 나에게 그런 말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나라도 예쁜 모습을 보이면 엄마가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말을 잘 들었다. 공부도 열심히 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돈을 열심히 벌어 부모님께 갖다 드렸다. 좋은 것이 있으면 부모님을 먼저 챙겼다. 그러다 이렇게 되었다.


나이가 40이 넘었는데 아직도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나를 마주하니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유년시절은 절대 시절로 끝나지 않는다더니. 이렇게 나이 먹은 내 삶에 촘촘히 박혀 나를 괴롭히다니. 부모님을 원망하는 것에도 지쳐 누굴 원망해야 될지 모르겠다. 신은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싶은 건가. 난 더 알아야 될 게 있는 건가.


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다 나다. 나와 남편의 다툼에 눈치를 보고 있는 큰아들의 모습은 나다. 유심을 사러 간 상점에 있었던 세 명의 한국 여성 직원 중 나를 응대한 머리가 길었던 그 직원도 나다. 꿈에서 다른 두 명의 여성은 나를 피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 여성들도 나겠지. 바람피웠던 것을 들켰던 남편은 뭐지? 잘 모르겠다.


꿈이 내 마음을 보여줄 때가 있다. 신기하다. 불안함에 뒤척이다 잠이 들었더니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꿈으로 나에게 보여주다니. 이제는 꿈이 기다려질 정도다. 드라마 보다 더 재미있을 뻔했다.


* 꿈분석은 정신분석학자 융이 치료기법 중 하나로 사용했다. 조금 배운 적이 있어서 그것을 기초로 분석해 보았다. 선무당이 사람 잡을 수도 있으니 내 꿈만 내가 아는 대로 분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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