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2.
비가 온다. 칠레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보통 보슬보슬 내리는데. 칠레답지 않다. 한국에서 비 오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비가 오면 정말 싫었는데 오늘 내리는 비는 싫지가 않다. 비가 곧 그칠 것을 아니까. 빗 속을 뚫고 어딘가로 가야 하는 일이 없으니까. 글을 쓰면서 창 밖을 보니 비가 그쳤다. 금세 환해졌다.
평소와 다르게 내리는 비를 보니 어떤 것이든 항상 그대로인 것은 없는 것 같다. 날씨도 변하고 비도 변하고 사람의 마음도 변하고 다 변한다. 나이가 들수록 '반드시, 절대로, 꼭'이란 단어를 쓰게 되면 삶이 팍팍해진다. 마음이 힘들어진다. 절망하고 실망하는 일이 많아지니까.
아이들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나를 볼 때가 있다. 안 된다고, 힘들다고 좀 살살 말해주면 될 텐데. 냉정하게 말하는 나를 볼 때마다 '내가 이렇게 차가운 사람이었나' 하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의 다정함과 따뜻함은 아이들 앞에서는 발현되지 않는다.
이번달에도 제 날짜에 월세를 입금하지 않은 세입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잔뜩 짜증이 났지만 간단하게 메시지를 보내기로 마음을 바꿨다. 이 일로 내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 월세를 늦게 보내주는 것이지 아예 밀리는 것은 아니니까.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내가 매달 한 발 물러서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남편마저 감기에 걸렸다. 나는 끝까지 아프지 않고 살아남아서 밥을 하고 청소를 해야겠다.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