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프로필 변경

2023. 6. 26.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의 프로필을 변경하여 언니를 친구로 등록했다. 간단했다. 그동안 써보고 싶었던 기능인데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프로필. 유치하지만 이게 소심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다. 이유는 있다. 내 생활에 대해 언니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읽은 책 사진, 여행지에 가서 찍은 사진을 주로 카톡 프로필에 올리는데 나중에 내가 언제 한국으로 가는지, 어느 학교에 근무하는지, 어디에 사는지에 대해 언니가 알게 될까 봐 미리 손을 쓴 것이다. 언니도 이제 믿기 힘들어졌다. 가족 중 유일하게 내 마음을 잘 이해해 줄 거라 믿었는데. 우리는 같은 상처를 안고 사는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언니가 바뀐 내 프로필을 보고 속상해할까 봐. 자신의 실수를 자책할까 봐. 생각해 보니 우리 가족은 자신의 실수조차 모르기 때문에 자책까지는 너무 과한 상상일 거라고 생각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었다. 내가 상처받았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살피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내 마음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느라 내가 더 힘들었으니까.


당분간은 언니에게도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언니도 나에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원래부터 자주 연락하던 사이는 아니니까. 연락하더라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는 아니니까. 시답지 않은 농담이나 하고 시시덕거리기만 하는 사이니까. 내가 부탁할 일이 있으면 당당하게 언니에게 말할 것이다. 나도 언니의 어려운 부탁을 들어준 적이 있고 부탁을 하기 전에 내가 미리 마음을 쓴 적은 더 많다.


어제 남편에게 그간 나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말했다. 눈덩이를 뭉쳐놓은 것처럼 무거웠던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남편은 잘 들어주었고 내 편도 들어주었고 공감도 해주었다. 자신의 가족과 다른 우리 가족의 행태를 보고 들으며 많이 놀라워한다.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표정 관리를 하지만 나는 안다. 남편은 우리 가족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나에 대해 농담하며 웃을 수 있는 가족들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가족들을 미워하고 원망하지만 그들이 불행해지는 것도 나에게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들로부터 벗어나서 참 다행이다. 이제는 마음속으로 '그들이 잘 지내기를' 하는 기도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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