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 할까?

2023. 7. 1.

남편의 대학원 수업이 있는 토요일이다. 수업이 없었다면 시장에 갔을 것이다. 남편이 없는 집은 조용하다. 나는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방에서 책을 보거나 놀고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휴대폰을 가지고 논다.


어제저녁에 노트북으로 전자책을 보고 있는 줄 알았던 둘째가 몰래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와이파이를 꺼버렸다. 와이파이 없이도 다운로드한 전자책을 볼 수 있으니 나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믿고 와이파이를 켜두면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아이들을 믿지 않고 그냥 와이파이를 꺼두기로 했다. 그럼 실망하고 화 낼 일이 없으니까.


아이들의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을 아직까지는 통제하고 있다. 휴대폰은 사주지 않았고 인터넷은 약속한 시간에만 할 수 있다. 지금은 내가 집에 있어서 관리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커서 자기 의견이 생길 것이고 나는 한국에 돌아가면 바빠질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지장이 없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아이들의 독서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려고 한다. 언젠가 타협하는 날이 올 것이다.


여기 와서는 매일 자다가 한 두 번씩은 깬다. 한국에서 오는 카톡 알림음이 잠을 깨울 것에 대비하여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 놓는다. 그래도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져 시간을 확인하면 새벽 1시이거나 새벽 3시 정도 된다. 불면증은 아니지만 숙면을 취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침에 억지로 일어난다. 지금은 다 식은 커피를 마시며 방으로 들어가 버릴까 말까를 고민 중이다.


오늘은 남편의 대학원 수업이 일찍 끝난다. 점심을 같이 먹을 수 있다. 라면을 끓여서 맛있게 먹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소화 능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적당히 먹어야겠다. 먹으면서도 배가 불렀는지 아닌지 확인하면서. 배가 고픈 건지 사랑이 고픈 건지 알아차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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