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칠레 지진

오늘 제대로 느낀 지진

오늘 아이들과 산책을 하려고 집에서 나가려는데 집이 갑자기 흔들렸다. 가족 모두 거실에 있었고 식기 건조대에 있던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서웠다. 곧이어 구글에서 지진 알림이 왔다. 내가 사는 곳에서 6km 떨어진 곳에서 4.6 규모의 지진이 났다는 메시지였다. 가족 모두 한 공간에서 지진을 경험하니 공포스러웠다.


칠레에서 지진을 느낀 적은 총 4번이다. 조금 흔들리는 느낌은 자주 있다. 대개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해 그 느낌이 오래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달랐다. 움직임도 컸고 오랫동안 흔들렸다. 남편의 대학원 동기들의 단체 채팅방에서 메시지 알림음이 계속 울렸다. 지진이 나면 일단 문을 열어야 한다고 알려주는 내용도 있었고 놀란 남편에게 피스코(칠레의 술) 한 잔 하고 진정하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지인으로부터 칠레 사람들은 6.0 이하의 지진은 지진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웃음이 나왔다.


지진이 났을 때 현관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는 지진으로 인해 문이 휘어지면 문이 잠겨 바깥으로 대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칠레 아파트의 현관문은 우리나라와 달리 거의 나무로 되어 있다. 칠레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근처에 사는 지인은 지진을 느끼고 너무 놀라 현관문을 열었는데 이웃 중에 아무도 문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오늘 그때 들은 이야기를 잊어버리고 나와 남편은 지진이 멈추기만을 기다렸다. 머리로 알고 있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당황하게 된다는 말을 절감했다.


다른 지인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지진 때문에 놀라지 않았느냐고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오늘은 쇼핑몰이나 슈퍼마켓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당부도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 주는 마음이 참 고마웠다. 이런 다정함이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고 사람을 살리는 것도 사람인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산책 겸 대피를 위해 집 앞 공원으로 나갔다. 집 근처 공원이 대피 장소로 지정되어 있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큰 공원이 있어 다행이다. 아이들과 산책을 하며 남편이 말했다.

"칠레에 와서 지진까지 경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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