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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는 꼭 가야 돼

이게 다 킹크랩 때문이다

이게 다 할인 항공권 때문이다. 칠레의 사이버 데이에 라탐 항공사가 항공권을 할인했다. 남편은 잽싸게 아타카마 사막에 가는 항공권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는 항공권을 구입했다. 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지난 4월 이과수 폭포를 보러 가는 길에 며칠 머물렀다. 아직 가보지 않은 아르헨티나의 도시 중 여행지를 결정해야 했다.


원래는 살타(Salta)에 갈 예정이었다.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을 알아봤더니 앞으로 여행하게 될 볼리비아의 우유니, 페루의 비니쿤카의 경치와 좀 겹쳤다.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 파타고니아 지역인 엘 칼라파테, 엘 찰텐은 이미 가봤다. 칠레 산티아고와 가까운 멘도사에도 갔다 왔다. 그럼 남은 곳은?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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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아이아에 다녀왔다는 증거로 관광객은 꼭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럼 우수아이아에 갈까?"

남편이 말했다. 겨울에 추운데 더 추운 곳까지 가야 되나. 이미 파타고니아에 다녀왔으니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지역에 해당하는 우수아이아에는 갈 이유가 없었다. 우리 가족은 이유를 찾아냈다. 바로 킹크랩이다.


한국에서부터 아이들은 킹크랩을 먹어보고 싶어 했다. 남편은 칠레 유학 시험에 합격하면 반드시 사주겠다고 아이들에게 약속했다. 남편이 시험에 합격하고 킹크랩을 먹을 식당을 알아보니 가격이 어마무시했다. 그 돈이면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겠다고 아이들을 설득하고 일단 킹크랩을 사주기로 한 약속을 미뤘다.


언젠가 내가 여행 정보를 검색하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 가면 킹크랩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나 보다. 아이들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보는 잘 기억한다. 아이들은 우수아이아에 가서 꼭 킹크랩을 먹자고, 아빠는 꼭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우수아이아로 가게 되었다.


우수아이아로 가려면 반드시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거쳐야 한다. 우리 가족은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정말 좋아한다. 바로 소고기 스테이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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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유명한 식당 Santos Manjares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로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관광객들에게는 유리해졌다. 만 원이면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 고기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 지금은 아르헨티나를 여행하기 딱 좋은 시기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공항에 저녁 7시에 도착했지만 호텔 체크인과 환전을 빠르게 마친 우리는 식당에 가는 것에 성공했다. 배가 너무 고팠는지 스테이크가 맛있었는지 우리 가족은 20분 만에 저것을 다 먹었다. 당연히 1인 1 스테이크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우수아이아까지는 비행기로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아르헨티나는 암환율이 국내선 항공권에만 적용된다. 아르헨티나 항공의 항공권을 예매하여 비교적 저렴하게 갈 수 있었다. 오후 2시쯤 우수아이아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투어사를 찾아갔다. 우리는 세상의 끝 기차 타기, 배를 타고 비글 해협 가기, 국립공원 투어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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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 해협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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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기차


세상의 끝 기차 타는 것과 국립공원 투어는 같은 날 했다. 오전 8시 정도에 시작해서 오후 12시 30분 정도에 끝났다. 비글 해협 투어는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1시 정도에 끝났다. 우수아이아에 머무는 기간은 3일 정도면 충분했지만 우리는 4일을 머물렀다. 비글 해협 투어에서는 세상의 끝에 있는 등대를 보았고 바다사자와 가마우지라는 새를 보았다. 아쉽게도 펭귄은 이 시기에 볼 수 없다고 한다. 펭귄을 가까이에서 보려면 돈을 더 많이 내고 다른 투어를 신청해야 한다.


하루의 여유 시간을 가지면서 우수아이아의 유명한 카페에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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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os Generales

나와 남편은 커피를, 아이들은 핫초코를 주문했는데 그저 그랬다. 남들이 가본 곳은 꼭 가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갔지만 의외로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가격도 비쌌고 맛도 별로였다. 핫초코가 맛있는 곳은 따로 있다. 투어사에서 무료 쿠폰을 제공했던 카페인데 이름이 Laguna Negro다. 마지막 날에 아이들은 숙소에 잠깐 두고 나와 남편만 얼른 핫초코를 한 번 더 마시고 왔다.


우수아이아에는 대표적인 박물관이 있다. 해양 박물관과 감옥 박물관이다. 입장료는 1인당 1만 7천 원 정도로 비쌌지만 우수아이아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은 무료입장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가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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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이 이곳에 온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겠다.

KakaoTalk_20230903_172216436_01.jpg 식당 el viejo marino

우리 가족은 큰 사이즈 2마리를 주문했다. 한 마리당 가격은 8만 원이다. 한국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한 끼 식사의 가격으로는 비싼 편이다. 환율이 오른 만큼 아르헨티나의 물가도 많이 올랐다. 맛은 있었다. 생각보다 짜지 않았다. 킹크랩은 한 번만 먹었다. 더 먹고 싶었지만 비싸기도 하고 가시가 많은 킹크랩을 가위로 잘라서 먹는 일이 쉽지 않았다. 두 번은 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는 내가 봤던 파타고니아의 경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설산을 정말 많이 봐서 스위스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사람은 의미를 추구하지 않나. 세상의 끝에 가봤다는 것. 유명한 영화인 해피 투게더에서 나왔던 우수아이아에 가봤다는 것. 그것을 의미 있게 여기는 여행자라면 충분히 가봐도 좋다. 아르헨티나는 언제나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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