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치고 싶은데 골프장엔 가기 싫어

2023. 10. 4.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골프는 좋아하면서 남편이 골프장에 가자고 하면 부담스러워지는 마음은 뭘까. 내가 너무 강력한 집순이인 탓일까. 집순이가 여행은 어떻게 다니는지 모르겠다. 내 삶에는 모순적인 것들이 있다.


미루고 미루다, 버티고 버티다 결국 오늘 골프장에 다녀왔다. 나는 줄곧 골프가 재미있다며 잘 치고 싶다고 했는데 골프장에 가는 일은 버거웠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같이 나가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골프장에서 먹을 점심까지 준비해야 하며 겨울 아침의 찬 기운을 느끼는 일은 정말 싫었다. 어제까지 비가 오더니 다행히 오늘은 새벽부터 해가 환했다. 아이들의 등교는 아이 친구 엄마가 담당하니 아침 시간이 여유로웠고 필드에 나가지 않고 연습만 하고 올 계획이어서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았다. 마음이 편했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왔다.


골프 실력은 늘지 않았다. 잘 치나 싶으면 여행을 가야 해서 골프장에 가지 못하고 또 좀 치나 싶어지면 금방 아이들의 방학이 돌아온다. 실력이 늘 겨를이 없다. 오늘도 역시 오랜만이라 실력이 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실력이 죽지 않았다는 것도 알았다. 내 몸은 아직 골프 스윙을 기억하고 있었다.


잘 치지 못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나는 열심히 듣고 따라 했다. 그래도 남편이 말한 부분이 고쳐지지 않았다. 속이 탔다. 또다시 '골프에 소질이 없네. 나 그만두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원래 치던 대로 편하게 쳐봤다. 그랬더니 공이 높이 뜨고 잘 맞았다. 이거구나. 힘을 빼는 거.


골프를 치면서 힘을 빼라는 말을 귀에서 피가 나도록 들었다. 몸에서 힘을 빼도 공이 잘 맞지 않았다. 문제는 마음이었다. 마음에도 힘을 빼야 한다. 힘을 뺀다는 것은 잘하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어차피 못할 건데. 잘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그냥 하는 거다.


남편이 알려준 것들을 모두 지켜서 하려다 보니 머리는 복잡해지고 몸에는 힘이 들어가며 공은 엉뚱한 곳으로 갔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냥 하던 대로 시원하게 쳐버렸다. 원래 내 실력이 나왔다. 내 실력은 어디 도망가지 않고 나한테 있었다. 기분 좋게 치고 와서 내일 또 가기로 남편과 약속했다.


다시 이런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거 아닌가. 문제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 나는 공을 치는 순간에 집중하지 않은 거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혀 공이 어디로 날아갈지만 생각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이제야 알겠다. 순간에 집중하고 성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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