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뭘 먹을까?

2023. 10. 9.

연휴 마지막 날이다. 지난 토요일에 시장에서 이주일치 식재료를 몽땅 사 와서 냉장고는 꽉 채워져 있다. 그래도 끼니때마다 뭘 먹을지 고민한다.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는 것처럼.


칠레에서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요리를 한다. 평일 아침에는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야 해서 좀 바쁘지만 남편과 단둘이 먹는 점심 그리고 가족이 모두 같이 먹는 저녁을 준비할 때는 여유롭다. 마음에서 '빨리빨리'라는 단어가 자꾸 튀어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었다. 한국에서는 요리하면서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쳤다. 아이들을 먹이고 나도 얼른 먹고 설거지를 해야 되는데.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얼른 널어야 되는데. 베란다에 있는 빨래를 걷어서 개야 되는데. 아이들의 준비물을 확인하고 내일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입을 옷을 챙겨야 되는데. 학교에서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처리하고 자야 되는데. 수업 준비를 해야 되는데. 퇴근 시간 이후는 또 다른 업무의 시작이었다.


이곳에서는 집안일을 보고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언제든 하면 되니까.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마음이 몹시 불편해지는 남편이 같이 하기도 한다. 시간에 맞춰 음식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을 때 요리를 시작하면 된다. 최근에 집 근처에 있는 저렴한 피자 가게를 알게 되어서 몸이 힘들면 '피자 찬스'를 쓸 수 있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카드 할인 30% 혜택이 있어서 햄버거를 먹어도 된다.


시간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꾼다. 지금 누리고 있는 이 혜택을 앞으로 계속 누리고 싶다. 일단 직장이 없어야 가능하겠지. 그럼 돈이 많아야겠지. 요즘은 책을 고를 때 자기 계발서에 눈길이 자주 간다. 읽고 있으면 곧 부자가 될 것 같은 느낌. 내가 시작만 하면 대박이 날 것 같은 느낌. 설레면서도 경계한다.


당장 청소부터 해야 하지만 이 글을 마무리하고 언제 할지 결정해야겠다. 커피가 식어서 맛이 없어지기 전에 글을 완성해야겠다. 점심은 라면이 어떨까? 꽉 찬 냉장고가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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