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복잡해

2023. 11. 12.

대학원에 간 남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지금이 좋아, 행복해."라고 말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운전을 나눠서 같이 해주던 둘째 친구 엄마에게서 아이들이 학교를 옮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 그가 등교할 때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남편이 하교 때만 아이들을 데리러 가서 편했다. '좋은 시절은 이렇게 짧게 끝나는 건가' 하고 머리를 굴리며 온갖 대책을 마련했다.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이 아닌데도 기다리면 더 확실해질 것을 알면서도 혼자 불안해서 몸이 달았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는 말처럼 한 번 앉아보니 다시 서 있고 싶지 않다. 편함을 누리고 나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싫다. 남편이 운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니 나도 남편에게 덜 미안했다. 이곳에서 나는 운전이 무서워서 계속 피하고 있다. 아이까지 태워서 운전하다 자칫 사고라도 나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큰 고생을 할 생각을 하니 운전대를 잡을 수 없었다. 다시 남편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러 갈 때마다 남편의 표정을 살필 생각을 하니 우울했다.


저녁에는 둘째의 버릇없는 행동에 화가 난 남편이 크게 화를 냈다. 화를 내는 남편을 지켜보던 나는 무서웠다. 오랜만에 아니 처음 보는 남편의 화내는 모습에 나는 두려웠다. 겁에 질린 둘째 아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남편, 그것을 보며 어쩔 줄 모르는 나와 큰아이. 토요일 저녁은 그렇게 공포스럽게 지나갔다. 아이에게 화내고 혼자 자책할 남편이 안타까웠고 아빠의 분노 앞에 떨던 둘째를 보니 안쓰러웠다. 이 상황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몰라 나는 답답했다.


아이를 키우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늘 고민한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최선일까?' 누가 나에게 대답해 주면 좋겠다. '육아의 신'인 오은영 박사님이든 '삐뽀삐뽀 119'의 하정훈 박사님이 AI가 되어 내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 언제 아이에게 공감해 줘야 되는지 어느 때는 부모의 권위를 세워서 훈육해야 하는지 명쾌하게 알려주면 좋겠다. 완벽하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내가 아이의 인생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괴롭다.


아침이 되어도 모든 것이 리셋되지는 않았다. 남편의 기분은 가라앉아 있고 둘째 아이는 뭔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에 더 마음이 짠해진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치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가족 모두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적당히 숨기며 아침 식사를 했다. 다들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고 견디고 있을지 궁금하다. 나만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춘기가 시작된 첫째, 그 사춘기를 옆에서 보고 배우고 있는 둘째 아이와 앞으로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넘어가기에는 구체적인 아픔들이 너무 생생하다. 내가 끝내 '나쁜 엄마'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아이와 내가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아이가 나처럼 슬픔을 안고 자라면 어쩌지 하는 염려가 뒤섞인 채 일요일 오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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