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으키는 주문

2023. 11. 14.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다. 어제 평소와 같은 시간에 잠이 들었고 몸이 특별히 피곤하지도 않았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잠시 걱정했다. 지금까지는 몸을 일으키기 힘들 때마다 '그래도 밥은 해야지!' 하면서 일어났는데 그 주문이 이제는 힘을 잃었다. 다시 나를 일으키는 주문을 만들어야 될 때가 왔다. 오늘 아침에는 '애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다시 자야지!' 하면서 겨우 일어났다. 그 주문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오늘 아침에는 그나마 효과가 있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말로 다시 만들고 싶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는데 다시 자고 싶지 않다.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7개월이 남았다. 디데이를 설정해 놓고 매일 날짜를 확인한다. 하루하루가 소중한데 그 시간을 잠으로 채우고 싶지 않다. 요즘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칠레에 있고 싶은 마음이 반반이다.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떠나 있는 지금, 여기가 좋은 것이라고 믿는다.


아침에 나를 일으키는 주문으로 뭐가 좋을까? 나를 다그치고 닦달하는 말보다 나를 격려하는 말을 찾아본다. 쉽지 않다. 남에게는 쉬웠던 그런 말이 나에게는 어색하다. 내가 나를 격려하려고 할 때마다 마음 한편에서 반대 의견이 올라온다. "지금이 이럴 때야? 남들은 더 잘하는데! 더 부지런해져야 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린다.


나를 키웠던 그런 말들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 나를 키웠지만 나를 황폐하게 만들었던 존재를 억압하던 그 말들. 지금 잠깐 나태할 수도 있고 남들보다 못해도 되며 쉬고 싶을 때는 쉬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는 원래 남보다 반박자 정도 속도가 느린 사람인데 남보다 앞서가려니 늘 숨이 찼다.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고 있다. 느리다고 옆에서 누군가가 구박하면 "괜찮아요. 먼저 가세요." 하며 웃으며 말하는 여유를 갖고 싶다.


천천히, 사부작사부작, 힘을 빼고 그리고 꾸준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실행에 옮기는 내가 되고 싶다. 내일 아침부터는 천천히, 사부작사부작, 힘을 빼고 그리고 꾸준히 일찍 일어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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