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7.
우리 아이들이 등하교할 때 같이 차를 타는 둘째 아이의 친구와 그의 동생이 있다. 그 아이들의 엄마와 나의 남편이 번갈아가며 아침과 오후에 운전을 한다. 우리 아이들과 다르게 그 아이들은 차를 탈 때마다 서로 싸우고 시끄럽게 떠든다고 한다. 한 번은 친구의 동생이 우리 둘째를 때려서 차에서 싸움이 났다. 운전 중인 남편이 남의 아이를 혼낼 수 없어 우리 아이만 혼냈다고 한다. 둘째가 서럽게 울면서 집에 오는 날이 잦아졌다.
둘째 아이의 반 친구 중에 한국에서 온 여자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우리 아이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과 참견을 한다고 한다. 둘째가 싫다고 하지 말라고 해도 그 아이는 멈추지 않았다.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도록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아이의 엄마에게도 내가 이야기를 해보았다. 서로 조심하자고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대화가 평화롭게 마무리되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아이도 어른도 갑자기 변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그 아이는 여전히 우리 아이를 가르치려 하고 우리 아이의 일에 자꾸 기어든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참견하는 아이 때문에, 차에서는 자신을 때리는 친구 동생에게 화가 난 둘째는 나에게 자꾸 요구한다. 등하교할 때 우리끼리만 다니면 안 되냐고, 참견하는 아이의 엄마에게 다시 이야기해 주면 안 되냐고. 나는 둘째 아이에게 말했다.
"이 상황이 너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엄마는 알아. 하지만 어디서든 나에게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곳은 없어. 계속 방법을 찾아보자. 차에서는 동생 친구와 멀리 떨어져 앉아 보자. 학교에서는 그 아이에게 다시 명확하게 너의 의사를 이야기해 보자. 이런저런 노력을 하면서 너에게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자. 우리끼리 다닌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럼 아빠가 운전을 아침과 오후 두 번해야 해서 부담이 되니 서로 조금씩 이 어려움을 나눠보자. 불편함이 생기면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잊지 말고."
나를 닮아 예민함을 타고난 둘째의 말에 더욱 신경 쓰려고 노력한다. 내가 느꼈던 불편함을 내 아이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의 지나가는 말도 흘려듣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자라면서 불편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힘들었다. 저 사람만 없으면 좋을 것 같고 그 사람의 행동을 쉽게 지나치기 어려웠다. 둘째에게 귀찮게 하는 그 친구를 무시하라고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나에게도 어려웠다. 나도 늘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내가 둘째 아이에게 한 말은 실은 나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되 나에게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 도망친다고 해도 도망친 곳에서도 그와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 이곳에서 걸리는 것은 다른 곳에서도 걸린다는 것.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보며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 둘째의 일을 지켜보고 해결하며 나는 또 다른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둘째에게 말한대로 나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