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0.
어제는 잠을 계속 잤다. 약 기운 때문인지, 몸이 피곤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몸을 움직이고 나면 금세 피곤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동만 하고 남편에게 다 미뤘다. 몸이 아플 때는 남편에게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은 알아서 점심 준비를 척척 해냈고 청소도 했다. 내가 쉴 수 있게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남편에게 고마웠다. 남편의 다정함 덕분에 나도 나에게 친절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아이들이 좋아하는 생연어를 먹었는데 먹고 나서 나만 배가 아팠다. 배가 아플 때는 커피를 먼저 끊어야 한다. 몸이 아프니 저절로 커피를 안마시게 된다. 오늘은 몸이 괜찮아져서 오랜만에 청소를 했다. 청소 후 개운한 마음으로 남편이 내린 커피를 마셨다. 비 오는 날에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노트북 앞에 앉아서 마시는 커피는 달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이들을 데리러 오후에 학교에 간다.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에 당황했지만 금방 마음을 안정 모드로 바꿨다. 해 본 일이고 아는 일이라 괜찮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였다. 금요일에 아이들의 학교에 갈 때마다 같이 가던 지인에게 연락해 볼까 하다가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고 싶지 않다. 무서움, 두려움도 내 감정이니 온전히 내가 감당하기로 했다. 타인의 불편한 감정까지 내가 끌어안고 싶지 않다.
어제 둘째를 야단치고 마음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잤더니 무서운 꿈을 꿨다. 아침에 일어나서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인사하는 둘째를 보며 '아이들은 부모를 쉽게 용서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를 꾸짖기보다 아이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알려줘야겠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안의 블랙박스가 예고 없이 열리는 바람에 자주 당황한다. 내 안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배우려고 노력한다. 억지로 블랙박스를 닫으려 하지 않고 저절로 열렸다가 알아서 닫히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아이와 함께 나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나는 엄마 나이로 고작 13살이니까. 곧 사춘기를 지나 청년기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