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오다

2023. 11. 7.

작년 12월, 감기 몸살과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다녀온 지 11개월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코로나도 비껴갈 만큼 잘 아프지 않은 편인데 일 년에 한 번씩은 심하게 앓을 때가 있다. 어제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오늘 아침, 아이들이 학교에 가자마자 얼른 남편과 병원으로 갔다.


칠레는 한국만큼 의료 환경이 좋지 않다. 병원 치료비는 비싸고 예약을 하지 않으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응급실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되는데 의사를 기다리는 데만 2시간 이상 걸린다. 오늘은 아침 8시 30분에 집에서 병원으로 가서 오후 1시가 되어서야 병원에서 풀려났다. 병원비는 예상했던 대로 많이 나왔고 몸은 지쳤다. 한국의 병원에서는 30분 만에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이곳에서는 4시간 이상 기다려서 받을 수 있었다. 기다리는 내내 아픈 나를 원망했다.


오늘 하루는 집안일에서 스스로 나를 떼어놓아야 했다. 아침 식사와 아이들 도시락 준비 모두 남편에게 맡겼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할 수 있었지만 남편의 만류로 나는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오늘 시장에 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내일로 미뤘다. 냉장고가 비어 있어서 남아 있는 식재료로 끼니를 대충 해결했다. 바닥에서 가끔 보이는 머리카락과 먼지를 못 본 척하느라 힘들었다.


몸이 아프면 한국이 그립다. 병원에서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의료시스템이 너무 간절하고 아플 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내가 제일 원하는 것은 혼자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남편과 병원에 있는 내내 나는 남편에게 미안했다. 남편이 괜찮다고 해도 나는 괜찮지 않았다. 내 몸이 아픈데 다른 사람의 안위까지 살펴야 되는 상황이 싫다. 내가 혼자 운전해서 병원에 가고 치료를 받고 약도 받아올 수 있는 환경이 너무 그리웠다.


한국에서는 약만 먹고 다음 날 출근하고 돌아와서 평소처럼 집안일도 척척 해냈는데 지금은 약을 먹고 나면 계속 졸음이 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같은 병인데도 이렇게 내 몸도 눈치껏 반응하는 것이 신기하다. 쉴 수 있을 때 쉬어야겠다. 아플 때는 사소한 일에도 서운함을 느끼는데 남편의 돌봄 덕분에 서운할 일은 없었다. 대신 몸이 아프면 그때그때 편하게 남편에게 이야기하기로 다짐했다. 어젯밤 혼자 끙끙 앓으면서 좀 더 빨리 남편에게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조금 더 솔직해져야겠다.


내일은 오늘보다 몸이 좋은 상태이기를 바란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일을 하면 좋겠다. 아파서 미안해지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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