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쉬는 거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말

점심으로 남편과 진짬뽕을 끓여 먹었다. 한인마트에서 산 진짬뽕은 다른 라면보다 1.5배는 비싸다. 진짬뽕 하나의 가격은 한화로 2,500원 정도이다. 꽤 고급진 점심을 먹은 거다. 남편과 나 모두 면을 사랑하는 편이라 점심에 국수나 라면, 파스타를 자주 먹는다. 라면은 특히 나의 최애 음식이다. 나의 식성을 그대로 닮은 둘째는 이제 라면 하나로는 부족하다며 한국에 가면 라면 두 개를 끓여 먹을 거라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라면을 먹을 때는 항상 과식을 한다. 국물을 버리기 아까워 밥 반 공기를 국물에 말아먹는다. 국물 한 방울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는 라면에 진심이다. 좋아하는 음식은 많이 먹는 대식가다. 예전에 비해 소화 능력이 떨어져서 요즘은 먹는 양을 조절하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나면 남편과 나는 꼭 산책을 한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음식을 먹은 직후 혈당이 올라가기 때문에 낮춰주기 위해서는 꼭 에너지를 써야 한다나. 나는 혈당은 잘 모르겠고 가끔 남편과 같이 먹는 아이스크림이 좋아 따라나선다. 아니면 마트에 내가 좋아하는 감자칩을 할인한다거나 도시락 반찬 재료를 사기 위해 나간다.


오늘은 집 근처 공원에서 열리는 작은 시장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부터 몸이 무거워지면서 걷기 싫었다. 걷기 싫어도 먹을거리를 사려면 일단은 나가야 했다. 배가 빵빵해진 상태로 뜨거운 햇빛 아래를 계속 걷다 보니 졸음까지 왔다. 남편이 나를 보더니 몸이 무거워 보인다고 했다.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냉장고에 있는 시원한 탄산수를 꺼내 마셨다. 좀 살 것 같았다. 바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힘들면 쉬어야 해.'

누워 있으니 세상 편하고 좋았다. 생각해 보니 어제 골프장에 다녀와서 몸이 피곤했다. 오전에도 나는 잠시 누워있었다. 누워 있으면서 내가 누워있는 이유를 계속 찾았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지금은 쉬어도 되니까 그냥 편하게 쉬자!'


놀라운 변화다. 내가 나에게 이런 따뜻한 말을 해주다니. 그동안 죄책감 없이 쉬는 법을 알지 못하고 살았다. 피곤해서 쉬고 있으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학교에 병가를 내고 본격적으로 쉬면서 나는 쉬는 법을 조금씩 알아갔다. 나는 몸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 주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오늘 그 효과가 나타난 거다.


나는 늘 게으르다고 생각했다. 우울해서 누워있는 나를 엄마는 게으르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을 잘하지 못할까 봐 이불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나에게 사람들은 나태하다고 했다. 나는 타인의 생각과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스스로 게으르다고 생각한 나는 더 움츠러들었다.


나의 무거운 발걸음을 본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나에게 얼른 쉬라고 말했다. 이에 용기를 얻어 나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남편의 그 말이 없었다면 나는 또 나에게 힘을 내라고 다그쳤을 것이다. 남에게는 힘들면 언제든 쉬라고 말하면서도 나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힘들면 쉬라는 말을 들으면 힘이 나기도 한다.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같은 그 말을 나는 오래도록 기억해야겠다.



사진: Pixabay, ihatemyselfq님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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