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내게 닿은 좋은 말

나는 좋은 문장, 좋은 말을 수집한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나 TV에서 누군가가 했던 말 중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으면 기억해 둔다. 따로 수집 노트를 만들지 않고 이미지로 만들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쓴다. 다른 SNS는 이용하지 않는다.


어제 제4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있었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전여빈이 수상 소감에서 인상적인 단어를 언급했다. '중꺾그마',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배우 전여빈은 "누군가 자신의 길을 믿지 못하고 있다면 믿어도 된다고 응원해주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며칠 전 내가 언제 복직을 해야 되는지 궁금하던 차에 '동반휴직 복직 시기'를 검색어로 하여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그러다 교육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인터넷 카페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교육전문직 시험은 장학사가 되는 시험이다. 평소 장학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카페에 들어간 김에 어떤 자료들이 있는지 대충 훑어보았다. 눈길이 가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가산점이라는 단어다.


가산점은 근무하면서 얼마나 실적이 많은지를 점수로 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담임이나 보직 교사 경력이 얼마나 되는지, 교육청에서 개최하는 연구대회의 수상 실적과 같은 것이다. 교직 경력이 20년 가까이 되는 나에게 해당하는 가산점이 얼마 되지 않았다. 순간 허탈했다.


20대 초반에 교사가 되어 성실하게 일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열심히 직장에 다녔는데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나에게 없었다. 성과급에서도 매번 낮은 등급을 받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처음에는 나이가 어리니까, 경력이 낮으니까, 담임을 맡지 않았으니까 하면서 가볍게 넘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억울했다.


딱히 장학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가산점이 얼마 되지 않아 시험에 응시한다고 해도 합격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니 속상했다. 장학사를 안 하는 것과 장학사가 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모르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되어 기분만 나빠졌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난 후 나는 배우 전여빈의 수상소감을 만났다. 나는 학교일이 힘들 때마다 고민했다. 장학사 시험을 보고 학교를 떠나버릴까. 교장이나 교감이 되면 수업도 안 하고 좋은데 그 길로 갈까. 매번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을 핑계로 고민을 뒤로 미뤘다.


교사가 되고 나서 나는 한 번도 내 수업에 만족한 적이 없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서면 늘 뒤통수가 싸했다. 내 수업에 대해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부끄러웠다. 열심히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을 참고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했지만 뭔가 아쉬웠다. 그럴 때마다 교사로 사는 것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고심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보다 더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일 것이다. 내 마음은 늘 꺾인다. 하루에도 수십 번은 흔들린다. 이제는 교사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는 훌륭한 교사가 되기를 포기하고 그냥 성실하게 하루하루 내 앞에 있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싶다. 물론 내 앞에 있는 아이에는 내가 낳은 아이도 포함이다. 좋은 엄마가 되려는 마음도 자주 꺾이니까 말이다.


사진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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