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0.
연말이 되고 학기말이 되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곧 방학을 하고 나는 하루에 세 끼니 밥상 차리기의 강행군이 시작된다. 금요일부터 시작된 연휴로 여유가 생겨 늦잠을 자고 야식도 먹었다.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조금 해방된 느낌이다.
칠레는 지금 여름이다. 아침과 저녁에는 선선하고 낮에는 뜨겁다. 건조한 날씨라 그늘에 들어가면 살만하다. 뜨거운 햇빛에 빨래를 말리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오늘은 이불 세탁을 시작했다. 눅눅해진 이불을 털어서 건조대에 말려놓았다. 크게 마음먹지 않고 조금씩 집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하는 방법을 계속 시도해보고 있다.
벌써 12월이라니. 지난해 이맘때 써놓았던 올해 계획은 대체로 잘 실천한 것 같다. 잘 실천할 수 있을 만한 계획을 세웠다.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보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확인하고 성찰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학습에서 예습보다 복습이 더 중요하듯이. 올 한 해를 보내면서 아쉬웠던 것을 떠올려보고 잘한 것을 칭찬해 본다.
글쓰기를 하며 수없이 흔들렸다. 흔들리는 나를 비난하기도 했다. 나를 비난하기만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계속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는 더 나빠지지 않았다.
여유 있는 시간이 주는 삶의 윤택함을 몸으로 느꼈다. 단지 시간이 많아졌을 뿐인데 나는 전과 많이 달라졌다. 돈으로 시간을 사는 시대라더니 나도 돈을 많이 모아서 시간을 사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칠레에서 직장에 다니지 않는 나와 남편은 서로 싸울 일이 없어졌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나에게 더 따뜻해질 때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나는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는 물음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매 순간 질문하고 매 순간 회의할 것이다. 내가 가진 물음에 대한 정답에 끝내 가닿지 못하더라도 나는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