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잘 지내기

2023. 12. 19.

글쓰기에서 조금 멀어져 있었다. 초조하지 않았다. 비공개 일기는 계속 쓰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요즘 나는 적당히 바쁘고, 적당히 피곤하고, 적당히 먹으며 지내고 있다. 잠은 잘 자고 운동은 가끔 한다. 요즘은 날씨도 적당하다. 아이들의 방학 전까지 날씨가 뜨겁더니 지금은 지낼만하다.


몸무게가 늘어난 것을 알면서도 끼니를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나도 매일 출근하는 마음으로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간식을 챙기고 밥을 차렸다. 내가 잘 먹어야 아프지 않고 아이들을 돌본다는 생각에 무거워진 몸을 의식하지 못했다.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몸에 불편감이 느껴졌다. 살찐 몸은 보기에도 불편하고 움직일 때마다 무거웠다. 먹는 양을 줄이기 시작했다. 덜 먹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먹고 마시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게 맞는 적당한 양을 찾고 있다. 너무 배가 부르면 기분이 나쁘다. 많이 먹었다는 자책에 시달린다.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먹기만 했다고 계속 후회한다.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과 무알콜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게 저녁은 가급적 더 적게 먹으려고 한다.


여행 계획은 하나씩 하나씩 세우고 있다. 40일간의 장기 여행이고 자유 여행이라 챙길 것이 많다. 조금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것을 잠시 후회했지만 계속 후회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하루 내내 인터넷 검색을 하느라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었다.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아 가끔은 기분이 좋지 않다.


하루 세 번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오고 나는 어김없이 불 앞에 서 있다. 오늘 점심에는 남편이 치킨을 맛있게 튀겨 주었다. 맛있게 먹고 나면 설거지가 쌓여 있다. 조금 더 간단하게 먹을 방법은 없는지 잠시 고민했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없다는 것을 매일 나는 싱크대 앞에서 깨닫는다.


여행 계획을 세우느라 글을 쓰지 못하는 나를 보며 한국에 가서도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직장이든 집안일이든 어딘가에 마음을 뺏기면 다른 일에는 집중하지 못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청소와 식사 준비를 하면서 가끔 나는 짜증이 나 있다. 여행 준비는 하면 할수록 새로운 정보가 나와서 멈출 수가 없다. 여행지에 가야 끝날 것 같다. 아니다. 나는 여행지에서도 검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식사 때마다 적당히 먹겠다고 다짐하는 것처럼 하루치의 적당한 양의 계획을 세우고 다시 나로 돌아오고 싶다. 아이들이 자고 나면 나는 나를 만나러 와야겠다. 내가 나와 멀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에서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 자주 확인하고 지켜봐야겠다.


사진: Pixabay, Gerd Altmann님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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