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준이가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싱글벙글이다. 오늘 아침, 학교에 가면서 담임선생님께서 시험 점수를 알려주신다고 했단다. 잔뜩 기대하고 가더니 결과가 좋았나 보다. 점수를 들어보니 꽤 잘한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다음번에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긴 것 같아 기뻤다.
지난 겨울방학 때 나는 아이들과 같이 학습 계획을 세우고 아이들이 성실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잔소리만 했다. 그때마다 괜히 애들한테 "엄마는 공부 많이 안 시키는 편이야!"를 강조했다. 공부로 인해 아이들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도록, 엄마로 인해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서 잔소리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내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괜히 뿌듯하다. 나도 칭찬받은 것 같다.
우리 아이의 점수를 확인하고 나면 다른 아이의 점수가 궁금하다. 우리 아이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남들도 다 맞는 100점인 건지 우리 아들만 맞는 유일한 100점인 건지 알고 싶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라고 나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아이의 성적 앞에서는 그 고귀한 원칙이 늘 비껴간다. 앞으로도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바로 물어보지 않고 몇 분 기다렸다가 물어봤다. 다른 애들 성적은 어떠냐고...
승준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잘한 것 같다. 잠시 기쁘더니 '시험이 너무 쉬웠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시험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