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5.
아이들의 통학 문제를 해결했다. 처음 칠레에 왔을 때는 아는 사람이 없고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통학차가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남편이 홀로 통학을 담당했다. 하루 3시간이라는 통학 시간은 길었고 몸도 금방 지치게 했다. 이렇게 아이들을 직접 통학시킬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라며 나와 남편은 서로를 위로했다. 지난 학기의 두 달 동안은 통학을 친구 엄마와 나눠서 할 수 있어서 조금 수월했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하니 몸도 마음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어떤 학부모가 운영하는 통학차를 알아보았다.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통학 비용이 부담되었다. 남편은 "내가 시간이 있으니까 내가 할게!"라고 해서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았다. 한국 귀국을 앞두고 해야 할 일들이 생겼다. 남편은 어학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마음에 여유가 좀 없어진 것 같았다. 어제부터는 통학차 이용에 대한 적극성을 보였다. 내가 그 통학차를 이용하는 아이의 엄마에게 연락하여 통학차를 타기로 했다. 비용은 우리가 직접 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시간이라는 기회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이런 것을 두고 시간을 돈을 주고 산다는 걸까. 아이들의 통학차는 일찍 출발해서 평소보다 아이들을 일찍 학교에 보냈다. 아이들을 보내고 청소까지 끝냈는데 아침 8시다. 아이들이 오는 오후 4시까지는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통학에 대한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여러모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좀 아깝기는 하지만 앞으로 세 달만 이런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되면 머뭇거리게 된다. 이렇게 말할까, 저렇게 말할까를 고민하고 언제, 어떤 방법으로 말하는 것이 좋을지도 생각한다. 메시지보다는 대면을 선호하는 편이다. 흥정을 해야 좋을지, 부탁을 해야 좋을지도 따져본다. 내가 생각한 가장 좋은 방법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걱정되는 점을 말한다. 통학차를 운전하는 학부모가 깐깐한 사람이라는 평이 있어 가격을 높게 부를까 봐 걱정했었다. 내가 통학비에 대한 부분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니 내가 원하는 가격에 협상이 되었다.
내가 이기려고 하면 오히려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려고 하면 또는 조금 양보하려고 하면 일이 잘 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싸우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이기고 싶어 안달 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나를 덜 미워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한 시간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잘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