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간 아이들

2024. 3. 4.

드디어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도시락을 싸려면 일찍 일어나야 해서 새벽부터 잠을 설쳤다. 칠레 산티아고에 있는 거의 모든 학교가 오늘 개학을 한다. 교통 체증이 있을 것이라는 학교의 안내에 따라 오늘 아침에는 버스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 같이 통학했던 아이 친구의 엄마가 마음을 바꿔 다시 같이 다니자고 할까 봐 휴대폰의 메시지 알림음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혼자 집에 남아 청소와 집안 정리를 하며 나는 생각했다. 원래대로 우리 아이들끼리만 통학해도 되는데 두 달 동안의 편리함을 놓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통학은 남편이 시키지만 남편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나도 마음이 편했다. 남의 도움에 의지해서 묻어가려는 내가 보여서 부끄러웠다. 얼른 이 상황을 받아들이자고 다짐했다.


청소를 할 때는 얼른 마무리하고 싶어 서둘렀다. 물건 하나를 떨어뜨리고 나서야 내가 쫓기듯 청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누가 빨리 끝내야 한다고 재촉하지 않았는데 나는 늘 하던 대로 나를 다그쳤다. 이렇게 여유 있게 청소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여유 있게 이 시간을 보내야겠다. 다시 오지 못할 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지인이 어떤 행사에 초대하는 메시지를 나에게 보냈다. 단체 메시지처럼 초대장만 덜렁 보냈다. 기분이 묘했다. 따로 오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성의가 없어 보였다. 어차피 나는 가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성의 없게 초대했으니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남의 행동이 거슬릴 때는 나는 과거에 어땠는지 돌아보게 된다. 나는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고 말한 대로 사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말을 더 조심해서 하려고 한다. 남에 대한 험담은 남편한테만 하려고 한다. 책임 있게 말하고 사려 깊게 행동하는 중년 여성이 되고 싶다. 말은 줄이고 듣는 귀와 지갑을 여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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