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10.
아침에 쇼핑을 다녀왔다. 큰아이의 교복 티셔츠가 작아져서 더 큰 사이즈의 티셔츠를 사러 갔다. 남편이 아이들과 손흥민 선수의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사이에 얼른 다녀왔다. 쇼핑몰에 있는 마트에 가서 아이들의 도시락 반찬인 소시지도 샀다. 입맛이 까다로운 둘째 때문에 도시락 반찬의 다양함은 포기했다. 둘째 아이가 잘 먹는 반찬을 위주로 도시락 반찬을 준비하다 보니 늘 큰아이에게 미안하다.
외출을 하고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칠레의 햇살을 보고 느끼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쇼핑몰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이들과 외출할 때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이 있다. 구경하다 보니 점심을 준비할 시간이 다 되어서 얼른 집으로 갔다.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큰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남편의 목소리다.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었다.
아이들과 남편이 공부하고 있는 조용한 이 시간에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발코니를 보고 있으니 평온함이 느껴진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없고 조용하고 햇빛이 있지만 덥지 않은 상태. 이 정도면 행복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이 순간에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면 금방 부서져 버릴까 봐 쉽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행복을 찾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내 주변에 있었지만 내가 모르고 지나쳤을 크고 작은 행복들을 찾아 나서야겠다. 행복은 감사함과도 관련이 있으니 감사한 일을 자주 떠올려 볼 것이다. 아까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하며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다.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평소에 절약하며 돈을 모았던 나를 칭찬했다. 즐거운 일을 하려면 어려운 일을 견뎌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 것은 너무도 확실한 진리다.
내가 행복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행복한 순간이 지나고 나면 나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번갈아온다는 말은 어떨 때는 위로가 되지만 나에게는 두려움을 남긴다. 행복한 순간들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불행이 찾아올까 봐.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기도밖에 없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달라는 기도.
종교가 없는 나에게 기도는 내가 원하는 것을 구하는 시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용기를 내는 시간이다. 자주 용기를 내야겠다. 자주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