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4.
세끼를 차리고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며 집안일과 운동까지 했는데 여유로웠다. 출근을 하지 않으니 주말에 몰아서 해야 할 일이 없다. 몰아서 쉴 필요도 없다. 평일에도 쉴 수 있으니까. 남편은 낮잠을 자기 위해 누워 있으면서 참 여유롭다고 느꼈다고 나에게 말했다.
칠레에서는 남편과 나 둘 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다. 남편은 대학원에 다니지만 매일 가지 않는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나는 매일 집에 있는 편이다. 원래 외출을 싫어하지만 이곳에서는 외출할 일이 별로 없다. 마트와 시장에 가는 것 말고는 지인을 만나러 나가거나 약속이 있는 날이 거의 없다.
가끔 심심할 때도 있다. 누군가와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막 웃고 싶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다른 사람도 느끼는지 궁금하다. 다들 어떤 고민을 하면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고 싶다. 나만 나태하게 사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다.
사람들 속에서 나의 쓸모를 찾아보고 싶다. 나는 어떤 능력을 가졌고 그 능력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다. 이제는 돈을 벌고 싶다. 내 힘으로 벌어서 마음 편하게 쓰고 싶다. 가끔은 나를 위한 작은 소비도 하고 싶다.
모두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80일 정도만 지나면 나는 그것들을 할 수 있게 된다. 나에 대한 정보도 새롭게 업데이트될 것이다. 바쁘기만 한 주말과 휴일을 곧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때를 위해 여유롭게 바쁜 이 시간을 정성스럽게 보내야겠다.
아침에 눈이 떠지는 게 두려웠던 날들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내일 새롭게 맞게 될 아침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