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7.
어제 시장에 다녀왔다. 나는 시장에 갈 때마다 생연어를 꼭 산다. 가족 모두 연어를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연어가 비싸서 자주 먹지 못했다. 칠레의 연어는 한국에 비해 저렴하다. 1킬로그램에 2만 원 정도다. 우리 가족은 한 끼에 1.5킬로그램 정도 먹는다. 외식비보다 저렴하다.
연어가 싱싱하다고 해도 한국에서 생선회를 살 때처럼 살아서 팔딱팔딱 움직이는 연어를 사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다. 생연어를 먹고 배탈이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연어를 사 와서 씻고 소금으로 간을 하는 모든 과정에 필요한 도구들을 전부 소독한다. 손이 많이 간다.
지금은 여름이고 어제 환전을 하는 동안 연어를 차 안에 1시간 넘게 두었다. 혹시나 연어의 신선함이 떨어졌을까 봐 걱정되어 연어를 손질하면서 내가 한 점 먹어보았다. 우리 집에서 장이 제일 예민한 내가 먹어보고 괜찮으면 아이들과 남편도 아무 탈 없이 먹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배탈이 났다. 겨우 한 점 먹었는데. 저녁에 연어 초밥을 먹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연어구이로 메뉴를 바꿨다. 연어를 엄청 좋아하는 큰아이는 실망했다. 장이 약한 큰아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대신 연어구이를 가족 모두 배 터지게 먹었다. 냉동 연어가 아닌 생연어를 구워놓으니 정말 맛있었다. 나는 배가 아파서 저녁을 안 먹어야 했는데 연어구이가 맛있어 보여 조금 먹었다.
나는 요즘 먹는 일이 제일 조심스럽다. 장이 많이 약해져서 커피, 라면, 우유뿐만 아니라 차거나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배에서 바로 신호가 온다. 밖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조금만 먹으려고 한다. 예전처럼 과식했다가는 하루 내내 화장실과 침대를 오가야 한다.
한국에서 가져온 장염약은 이미 동났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약국에서 받을 때는 이걸 언제 다 먹어, 했는데 나와 큰아이가 수시로 먹어댄 결과다. 지금은 칠레의 약국에서 산 약을 먹고 있는데 효과는 잘 모르겠다. 효과가 있다가 없다가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소식인의 삶을 살게 되는 건가. 나는 먹고 싶은 게 너무 많다. 한국에 가면 바로 국밥부터 한 그릇 먹고 싶다. 아이들은 편의점부터 갈 것이라고 한다. 어제저녁을 먹고 난 후 남편과 큰아이가 한국에 가서 짜장면을 먹을 이야기를 한참 동안 재밌게 나누는 것을 들었다. 우리 가족 모두 한국에 너무 가고 싶어 한다.
몸이 아플 때마다 자주 생각한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그리고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고. 배가 아프면 마음도 따라서 축 늘어진다. 단지 배만 아플 뿐인데 아무 의욕이 없어진다. 안 먹어야 할 음식을 먹었다고 자책한다. 더 조심했어야 한다고 나를 다그친다.
한국에 가면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먹을 것이다. 배 아플 일은 나중에 생각할 거다. 근처에 병원이 있고 언제든 진료받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내가 아프다고 누워있으면 남편이 아이들을 편의점에 데려가서 한 끼만 먹이면 된다.
오늘은 언제든 냉장고에서 시원한 수박을 꺼내 먹고 아이스크림을 두려움 없이 먹으며 라면을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는 남편이 정말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