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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Mar 29. 2024

더울 때는 수박

2024. 3. 28.

산티아고의 여름은 꽤 힘이 세다. 곧 4월이 되니까 더위가 한풀 꺾일 만도 한데 밖은 계속 뜨겁다. 어제는 지인이 나를 밖으로 불러내주어 외출을 하고 왔다.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간 곳은 젊은이들이 노는 핫한 곳이었다. 오랜만에 가족 아닌 사람과 놀다 오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집이 더 좋다. 더운데 돌아다니니까 힘들었다. 지인이 한국식 치킨을 나에게 사주었다. 맛있게 먹고 다음을 기약했다. 나는 누군가의 친절에 반드시 화답하는 편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진다. 집에서 해가 가장 덜 드는 아이들 방으로 가서 이불을 펴고 눕자마자 바로 잤다. 어제 외출을 해서 그런지 피곤했나 보다. 잠에서 깼으나 일어나기 싫은 몸을 겨우 일으켰다. 이럴 때는 화장실로 가서 세수나 양치를 하면 된다. 몸이 더워지지 않게 냉장고에 있는 수박을 꺼내먹었다. 찬 음식은 조심해야 되는데 어제 치킨을 먹고도 괜찮았고 오늘도 아무 이상이 없어서 그냥 먹었다. 찬 것을 먹으니 몸이 시원해졌다. 내가 요즘 더위를 타나보다. 매일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한국에 있었으면 마트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몽땅 사 와서 하루에 하나씩은 꼭 챙겨 먹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밖에 나가는 게 싫다.


이 더위가 힘들지만 더위가 지나가면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로 무척 바빠질 것이다. 곧 가을이 올 텐데 칠레의 가을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전에 썼던 글이나 일기를 확인해 봐야겠다. 해가 없어 우울해지는 겨울이 되기 전에 이곳을 떠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한국에 가면 습한 여름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오전 내내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다 결국 쓰지 못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수박까지 먹고 나니 글이 쓰고 싶어졌다. 글은 쓸 수 있는 때가 있다는 것과 앉아서 글을 쓰다 보면 뭐든 써진다는 두 가지의 사실을 글을 쓰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년이 되었다. 계속 쓸 것이다. 읽기와 쓰기를 손에서 놓지 않겠다고 다시 다짐한다. 


내일은 남편 친구의 가족들과 근처 바닷가에 간다. 다른 사람과의 여행이 즐겁기도 하지만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니 신경이 쓰인다. 이 여행이 칠레를 둘러볼 마지막 여행일 것이다. 사진을 많이 찍고 즐겁게 놀다 오고 싶다. 조심해야 한다고 나를 압박하기보다 즐겁게 다녀오라고 나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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