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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Apr 01. 2024

다시, 집으로

2024. 4. 1.

2박 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집에 왔다. 부활절 기간에 생긴 연휴라 고속도로에 교통체증이 있었지만 가까운 거리여서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큰 소리로 웃기, 남이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기, 배 아프지 않고 많이 먹기, 한국에서 가져온 커피 마셔보기. 


남편 친구 부부가 준비를 많이 해온 덕분에 나는 마음 편하게 먹고 놀고 쉬다 왔다. 나는 그들의 배려와 친절에 연신 고마워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의 노고를 충분히 알기에 나는 그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조심하며 음식을 먹을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집에 있을 때보다 먹는 양이 엄청 늘어났는데 이상하게 배가 아프지 않았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음식을 먹으니 배가 불러도 음식이 끊임없이 입으로 들어갔다. 집에 돌아와서 나와 남편의 배를 보니 둘 다 배가 불룩하게 나와있다.  


한국에서 나는 다른 가족과의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바쁜 시간을 내서 여행을 가는데 '우리' 보다 '그들'에게 맞추고 배려하는 것이 싫었다. 우리 가족만 갈 때와 다르게 조심해야 할 것이 생기니 불편했다. 이번 여행은 달랐다. 매 순간 즐거웠다. 내가 여행에 대한 수고를 덜해서 그런 걸까. 대접받고 왔다는 느낌 때문일까.


남에게 받는 친절이 나는 늘 부담스러웠다. 언제라도 반드시 갚아야 할 무엇으로 느껴져 버거웠다. 그냥 이렇게 받으면 되는데. 좋은 기회에 내가 다시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빠른 시간 안에 털어야 할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다가 호시탐탐 그것을 갚을 기회를 노렸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친절도 받아본 사람이 더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걸까. 나는 남들의 호의를 오해할 때도 있다. 뭔가 다른 목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나는 무엇이 두려웠던 걸까. 무엇을 지키고 싶었던 걸까.


여행은 무엇을 보느냐 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은 관계 속에 있을 때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좋은 경치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내 느낌을 말하고 함께 공유하며 다니는 여행이 요즘은 더 좋다.


이 기분으로 흥분하여 섣불리 타인과의 여행에 도전하지는 않겠다. 내가 충분히 여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기꺼이 배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야 함께 여행은 가능할 것 같다. 여행이 끝나고 서로에게 쌓인 서운함으로 인해 다시 관계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모든 것의 중심이 나에게 있다. 나의 기분, 상황에 따라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친절의 강도와 양이 결정된다. 타인의 행동에 대한 나의 감정도 그 순간의 나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모든 것이 나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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