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0.
나는 틈만 나면 걱정을 한다. 새벽에 배탈이 난 큰아이 때문에 잠에서 깼다. 다시 잠들 때까지 걱정만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잘 정리가 될까, 차가 안 팔리면 어떡하지, 내일 큰아이는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묵직하다. 나는 또 아프다는 이야기를 적고 있다.
이럴 때는 몸을 움직여야 되는데 햇빛이 뜨거워서 나갈 수가 없다. 저 햇빛에 내가 타 죽는 것도 아닐 텐데 나는 계속 핑계만 댄다. 어제는 칠레 사람들이 왜 콜라를 많이 마시는지 비로소 이해했다. 이 더위를 이기려면 시원한 콜라가 꼭 필요하다. 계속 달고 시원한 것만 몸에서 요구한다. 밖에 나가기 싫어서 나는 내 몸의 요구를 끝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오늘은 무조건 나가야겠다. 수요일에는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시장이 열리니 시장에 가서 대파를 사야겠다. 대파를 적고 잠시 놀랐다. 한국에서 요즘 대파가 꽤 정치적인 식재료가 되어 있어서다. 진짜 필요해서 사는 거다. 사과도 사야겠다. 여름이 끝나가니 맛있는 과일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한국에는 사과가 비싸서 못 먹는다고 하니 여기서 많이 먹고 가야겠다.
남편이 준비하는 어학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편이 공부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살고 있다. 공부하는 당사자가 제일 힘들겠지만 지켜보는 나도 초조하다. 말과 행동에 신경이 쓰인다. 남편에게 우리 나이도 있으니까 공부 같은 거 그만하고 편하게 살자고 말하고 싶지만 남편이 무엇 때문에 애쓰는지 알기 때문에 차마 하지 못한다. 남편이 애쓴 덕분에 내가 누리고 있는 혜택이 있어서다. 그래서 옆에서 더 신경 써주고 싶다.
시험이 얼른 끝나면 좋겠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편과 이 여유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 무엇보다 남편의 마음이 편해지면 좋겠다. 우리 가족의 최고 인기쟁이인 남편이 자신에게 더 너그러운 하루를 보내면 좋겠다. 흰머리가 계속 늘어나는 우리 부부에게 애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