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3.
어제 남편이 준비하던 어학 시험이 끝났다. 남편이 시험을 보고 있는 동안 나는 열심히 청소를 하고 밥을 했다. 내가 남편과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다. 너는 너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집안일을 했다. 시험을 보고 온 남편은 후련해했다. 남편은 피곤한지 초저녁에 자러 들어가더니 코까지 골며 잤다. 옆에서 보기 안쓰러웠다.
한국에서는 총선이 끝났다. 결과를 지켜보며 조마조마했다. 당선하고 낙선하는 정치인들을 보며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인생에는 부침이 있기 마련이고 지금 좋다고 느끼는 것이 나중에는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나쁘다고 느끼는 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을 봐도 그렇다.
목요일에는 지인과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하는 외출이었다.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서 버스를 타고 집에 왔는데 배탈이 났다. 이번에는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어지럽기까지 했다. 나에게는 무엇을 먹었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먹었는지도 중요한가 보다. 의무감 때문에 한 약속이었다.
지인만 만나고 오면 되는데 무리해서 시장에 가서 무거운 것을 들고 버스를 탔다. 지인의 입장에서는 시장까지 같이 가는 일이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남에게 무례를 범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매번 나만 피해자가 아님을 알았다.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금요일에 만든 국과 반찬으로 오늘 끼니를 전부 해결했다. 편하고 좋았다. 끼니마다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일은 주말에는 하고 싶지 않다. 낮잠도 잤다. 나는 배탈이 난 이후로 속이 좋지 않아 죽을 먹거나 음식을 조금씩만 먹고 있다. 커피는 일주일째 마시지 않았다. 몸이 아플 때마다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불안하다. 곧 한국에서 돌아가서 건강검진을 하자고 마음을 다독인다.
차가운 맥주, 시원한 아이스크림, 얼큰한 라면, 고소한 커피를 맛보지 못하는 상황이 조금 슬프다. 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나에게 해가 되는 걸까. 잘 자고 잘 쉬는데 배탈이 자주 나서 걱정이다. 당분간은 적게 먹으면서 몸을 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