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9.
어제는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아이들 방에 대충 이불을 펴놓고 누웠다. 정신을 차려보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 남편과 점심을 먹고 마트에 다녀오니 다시 나른해졌다. 또 잤다. 저녁에는 잠이 안 올 줄 알았는데 피곤해져서 일찍 잤다.
일요일에 외출을 했다. 날씨가 맑고 쾌청해서 옷을 얇게 입었는데 좀 추웠다. 추운 상태로 오래 밖에 있고 사람들을 만났더니 피곤했나 보다.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하면서 자고 또 잤다. 자면서 죄책감 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다. 힘을 내라고 나를 다그치지도 않았다.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나는 더 힘들다. 어제 지인과의 식사 약속을 할까 말까를 수십 번 고민했다. 결국 지인과 만나기로 했지만 속으로는 지인이 약속을 취소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아마 의무감 때문에 한 약속이어서 그럴 것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은 설렌다.
라면과 커피를 자제하고 있다. 매일 마시던 커피는 이틀에 한 번 정도 마신다. 라면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먹었는데 안 먹을 때도 있다. 요즘 들어 자꾸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먹고 싶을 때마다 사 먹지는 않지만 자주 먹고 싶다. 몸이 원하는 건지, 몸이 나빠지려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날씨, 몸 상태, 기분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좀 덜 더우면 좋겠는데 아직도 오후에는 집이 찜통이 된다. 오후가 되면 슬슬 두려워진다. 몸은 자주 아프고 피곤하다. 기분은 수시로 우울하다. 입에서는 아프다는 말만 나오는 것 같다.
나의 예민한 성격 탓이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쉽게 기분이 상하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어제는 시부모님과 영상 통화를 했다. 시어머니께서 내 머리 모양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당연히 칭찬이 아니라 지적이다. 나는 미용실에 가지 않고 남편이 잘라주는 머리로 그냥 살고 있다. 머리가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고무줄로 묶어버리면 되니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평소에도 시어머니는 나에게 좀 꾸미고 다니라고 하신다. 어제는 기껏 전화해서 외모 지적이나 들으니 속이 상했다. 남편에게 말하면 어머니가 며느리가 좀 예쁘게 하고 다녔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볍게 하는 말씀이니 그냥 넘어가라고 할 게 뻔해서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근데 나는 외모에 대해 평가받는 것이 싫다.
전화 통화가 아니었다면 시어머니께 나의 불편한 마음을 기어코 이야기했을 것이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고 자주 연락하지 않으니 쓸데없는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누구에게는 나는 솔직하게 말할 것이다.
"좀 불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