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7.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타인의 행운이 몹시 부러울 때가 있다. 그렇다. 누군가 복권에 당첨된 거다. 높은 금액으로. 요즘 나는 복권을 산다. 당첨만 되면 직장을 때려치울 목적으로 밤마다 좋은 운수를 가져다주는 꿈을 꾸기를 기대하며 잔다.
어제는 복권에 당첨된 누군가를 시기하다가 글을 쓸 의지마저 꺾였다. 분명 일기를 쓰려고 앉았는데 괜히 부아가 치밀었다. 내가 참 못났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쓰지 못한 후회까지 더해져 어제는 기분이 엉망이었다.
나는 내가 왜 이러는지 안다. 곧 한국에 가고 복직은 해야 하고 돈 버는 일은 쉽지 않고 스트레스는 받기 싫은 거다. 편하게 살고 싶은 거다. 내가 언제부터 편하게 살았다고 내가 이런 간사한 생각을 하는 걸까.
칠레에 있는 동안 나를 누군가와 비교하는 일이 줄었다. 완벽한 혼자가 되어서 가능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요즘은 한국에 관심이 많아졌다. 누가 국회의원이 될지부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지까지.
한국에 가면 내가 이렇게 살겠구나. 다시 살던 대로 살겠구나. 그래서 자주 불행해지겠구나. 칠레에서 행복감을 자주 느꼈던 이유는 비교할 대상이 없어서였다. 자주 감사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살기를 바랐는데 마음이 한국에 가있으니 나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역시 환경의 영향은 막대하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데 하루가 걸렸다. 좀 빨리 알았으면 덜 괴로웠을 텐데 아쉽다. 나는 이렇게 자주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자주 못나고 흔들리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 그게 나다. 돌아왔으면 된 거다. 언제든 멘털이 자주 가출하겠지만 다시 돌아올 거니까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