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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Apr 05. 2024

나는 왜 한국에 가고 싶을까

2024. 4. 4.

한국에 가고 싶다. 칠레에서 나는 세끼 밥을 차리고 집안일만 하면 되니 한가하다. 그래도 나는 한국에 가고 싶다. 바빠도 좋다. 아니다, 적당히 바쁘면 좋겠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가면 친정 식구들을 어디서든 마주칠까 겁이 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 출근할 일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먹고 싶은 것은 많다. 일일이 다 나열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한국에 가면 뭐가 달라질까.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이사, 아이들 학교와 관련된 문제와 함께 가정 경제권이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돈 관리를 내가 하기 때문에 공과금, 보험료 납부 등 경제적인 부분을 내가 전부 책임진다. 남편은 편했던 이전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뜻이다.


어디서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곳에서 나는 자기 효능감이 떨어졌다. 스페인어를 할 줄 몰라 모든 것을 남편에게 의지해야 했다. 남편의 눈치를 살피느라 힘들었다. 내가 남편을 따라 이곳에 와서 같이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남편과 즐겁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도 우리 이렇게 잘 지낼 수 있을까?'

쓸데없는 걱정일 테지만 나는 궁금해졌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사느냐' 보다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라는 것을 안다. 모두 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도 안다. 그 마음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문제다. 바빠서 마음이 비좁아지고 각박해지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미래를 걱정하고 점치는 일을 그만두어야겠다. 마음이 늘 이렇다. 과거로 돌아가서 후회하거나 미래로 가서 걱정하거나. 오늘 하루 남편과 낮잠도 자고 맥주도 마시고 와인도 잘 마셨으면 된 거다. 내일 마실 맥주를 뒤로 하고 얼른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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