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6.
오전에 남편과 골프 연습을 한 후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남편은 닭을 엄청 좋아한다. 칠레에 와서 처음 도전해 본 요리가 닭튀김이었다. 나는 튀김 요리에 자신이 없어서 해주지 않았더니 남편이 직접 하겠다고 했다. 남편은 요즘 치킨이 먹고 싶을 때마다 닭을 사 와서 튀긴다.
나는 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치킨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해주는 음식을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 음식도 맛있게 먹는다. 오늘 닭을 튀기고 난 후 기름기가 많은 그릇들을 설거지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자신에게 해주는 남편이 나와 좀 다르다고 느꼈다.
나는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나에게 해주지 않는다. 나를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이 귀찮게 느껴진다. 집에서 혼자 밥을 먹게 되면 냉장고에 있는 남은 반찬을 꺼내서 대충 먹는다. 달걀 프라이 하나 하는 것도 귀찮다. 아마 많은 여자들이 그럴 것이다.
물론 남편이 자신만 먹으려고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도 가족을 위해서만 요리를 하지는 않는다. 가끔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반찬으로 내놓기도 한다. 요즘은 한창 키가 크고 있는 큰아이 때문에 고기 위주의 반찬을 하다 보니 물릴 때가 있다. 시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나물 반찬이 몹시 그립다.
나는 내일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선물할 것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고 차가운 음료를 마시지 않으면서 조심했다. 남편과 산책하다 맥도널드에 들어가 천 원의 행복을 누려볼 것이다. 내가 나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 아직은 먹을 것 밖에 없다는 사실이 좀 아쉽다.
내가 나를 자주 칭찬해야겠다. 서툰 글이지만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는 나를, 남편에게 집안일을 미루지 않는 나를, 또 뭐가 있더라...... 칭찬 로봇이 되어 나와 내 앞에서 그날의 공부시간을 열심히 채우고 있는 아이들을,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남편을 칭찬해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