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7.
남편에게 수면 교육을 받고 있다. 남편은 스페인어를 공부하며 TED 강연을 하나 들었는데 거기에 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잠에 대해 관심이 생긴 남편은 곧바로 책을 찾아서 읽더니 나에게 그 내용을 알려주었다.
하루에 8시간 정도는 자야 하고 오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아야 밤에 잠들 때 좋으며 잠을 잘 자야 면역력이 향상된다는 이야기. 지금 상황에서는 가능한데 직장에 다니면서 실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요즘 남편은 잠을 잘 자기 위해 노력한다. 잠은 그냥 자는 거 아닌가, 잠도 잘 자기 위해 노력해야 하나 싶다.
이런 노력을 하는 가운데 나는 어제 꿈을 꿨다. 꿈을 이뤄도 시원찮을 나이에 맨날 꿈이나 꾼다. 나는 가끔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꿈을 꾼다. 꿈에서 분노하고 나면 잠에서 깨어나도 피곤하다. 꿈에서 나는 항상 그렇듯이 남편에게 엄청 화를 냈고 급기야 시어머니께 모든 사실을 일러바치러 가는 중에 잠에서 깼다.
조금 슬펐다. 꿈속에서도 나는 이제 시부모님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슬퍼하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 그분들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도 죽음을 애도할 수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을 위해 제사상을 차릴 수도 없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마음이 허전해졌다.
시부모님은 좋은 분들이다. 나는 맨날 남편에게 시부모님은 당신 자식밖에 모르신다고 불평하지만 어쩌면 그건 당연한 거 아닐까. 남의 자식인 나를 자기 자식처럼 챙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도 나중에 시어머니가 된다면 그럴 것 같다.
남편이 카페인을 최소한으로 섭취하라고 커피를 연하게 내려주었다. 맛이 없다. 카페에서 마시는 뜨겁고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 뜨거운 커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그 느낌을 느끼고 싶다. 잘 자려고 애쓰기보다 편하게 자야겠다. 이상한 꿈이나 꾸지 말고.
그런 꿈을 꾸고 나면 괜히 남편에게 심술을 부린다. 한 번 더 꼬집고 괴롭힌다. 요즘에 '수면 이혼'을 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혼자 자는 것은 질색이다. 남편이 따로 자자고 할까 봐 겁난다. 미라클 모닝도 각자의 생체 리듬에 따라 해야 하는 것처럼 수면 이혼도 부부의 상황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저명한 누군가가 마지막에 꼭 강조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