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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Jun 02. 2024

계획대로 되지 않아

2024. 6. 2.

5월이 무사히 지나갔다. 한국으로 돌아가려면 이제 10일 남았다. 6월이 오다니 믿기지 않는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남은 일주일만 잘 지나가기를 바란다.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다. 아이들의 통학을 칠레의 어느 목사님께 맡겨왔다. 6월에 한 주만 통학시킬 계획으로 목사님께 통학비를 물었더니 한 달 치를 내라는 답을 들었다. 그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지만 나와 남편은 이해할 수 없었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도둑놈 심보인가 싶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타던 차를 팔아서 이제는 버스와 택시를 이용하여 나와 남편이 아이들을 통학시킬 수밖에 없다. 다시 칠레에 처음 왔을 때로 돌아갔지만 예전처럼 두려움에 벌벌 떨지 않겠다. 방금 휴대폰에 우버앱을 다운로드했다. 차를 사고 삭제했던 앱인데 다시 쓰게 될 줄이야.


칠레에 살면서 매 순간 확인한다. 인생은 절대로 내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면 그것은 아주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한국에서 살 때는 몰랐다.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면서 넘겼다. 이것을 일찍 깨달았다면 더 감사하고 덜 화내면서 살았을 텐데. 


통학을 담당했던 목사님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충격이 컸지만 얼른 받아들였다.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을 인정하면 의외로 마음이 가벼워진다.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야 내가 평화로워진다. 직장에서, 심지어 가족들 중에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숱하게 만나왔다. 나는 타인을 이해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당신은 그러시군요,라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요즘 나에게 불안함이 자주 찾아온다. 해가 지고 나면 더 심해진다. 어제는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을 먹었다. 다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다. 귀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불안함이 더 세진다. 자주 호흡을 관찰하고 있다. 몸은 피곤한데 잠에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책을 읽기 어렵고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크고 있다는 것을 매일 느낀다. 큰아이는 자고 나면 쑥쑥 커 있는 것 같다. 둘째 아이는 자꾸 말대답을 해서 자주 나를 화나게 한다. 몸과 마음이 크고 있나 보다. 아이들이 음식을 잘 먹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아이들이 공부한 내용을 나에게 이야기해 줄 때는 뿌듯하다. 내 아픔과 결핍은 절대로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이의 인생에 내가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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