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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Jun 07. 2024

청소하는 마음

2024. 6. 6.

남편과 아이들은 아침 7시 25분에 집에서 나간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나는 한참 동안 소파에 앉아 있는다. 도시락과 아침을 준비하며 부엌에서 서서 일해서 다리가 아프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몸이 추워지고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이때를 주의해야 한다. 한국이었다면 나는 바로 침대로 직행했을 것이다. 오늘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침대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얼른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평소에는 청소를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소파에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오늘 아침에는 청소를 하면서 몸을 움직여야 몸에서 열이 나고 활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파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한국에 가더라도 이 마음을 꼭 기억해야겠다. 


나이가 주는 힘일까. 요즘은 내가 40대가 되고 나이가 들어서 좋다. 전보다 더 여유로워진 것 같다. '해 봐서 아는데'가 주는 여유일까. 그만큼 편견도 쌓였을 것이다. 외모에 대한 관심도 줄었다.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다. 화장을 덜하게 되고 타인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걱정이 줄었다. 그 시간을 내 마음을 보는데 쓰기로 했다. 


불안함은 여전히 강도가 세다. 지키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 남편, 내가 이뤄놓은 이 가정을 모두 안전하게 지키고 싶다. 내가 어떻게 해서 지켜온 가정인데. 평화를 깨뜨리고 싶지 않다. 여유가 생겼다고 하면서도 불안과 걱정이 줄어들지 않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잠시 후에 나는 지인을 만나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외출했다가 집에 오면 나는 피곤할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나는 아직도 부담스럽다. 내가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될까 봐 두렵다. 남의 힘든 이야기를 듣는 일은 여전히 괴롭다. 빈말이 하기 싫어 아예 입을 닫는다. 오늘은 어디까지 듣고 어디까지 말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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