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준비

떠나게 되면 준비도 끝나겠지.

_20220718_.jpg 떠나는 것도 준비가 필요해.


칠레로 떠날 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하는 일도 없으면서 괜히 마음만 불편하고 불안하다.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빠진 게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현지에 있는 지인들은 거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니 걱정 말라고 하는데 아직 안 살아본 나는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살고 있는 집을 정리하고 이민가방에 짐을 싸고 있다. 매일 싸는 짐의 무게만큼 걱정의 무게도 줄어들면 좋겠다. 다행히 언제 끝날 지 아는 일이라 조금씩 마음을 내보고 있다.


7월부터는 스트레스로 잠을 설치고 있다. 책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할 일을 적어본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남편에게 미안하지 않으려고 내가 오늘 한 일을 남편에게 말해보기도 한다.


칠레에서 살게 될 월세집을 정하고 나서는 마음이 걱정에서 설렘으로 잠시 바뀌기도 했다. 가서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지금 덜 즐거운 게 맞겠지.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스스로 마음을 다독인다.


외국에 나가서 살게 된 것을 부러워하는 지인들에게 차마 내 어려움을 말할 수 없다. 투정으로 들릴 것 같다. 겸손하게 보이려고 "고마워!"라고만 대답한다.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나도 안다. 그래도 지금은 "떠나기 전에 만나자!"는 말보다 "짐 싸느라 고생하지?"라는 말이 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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