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고 편한 만남을 위하여
이번 주에는 약속이 많았다. 점심 약속이 세 번 있었고 그중 1개는 취소되었다. 아니 내가 취소했다. 몸과 마음이 누구를 만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오늘 마지막 점심 약속 장소에 먼저 가서 여유 있게 기다렸다. '나는 왜 이 자리에 이 마음으로 앉아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에는 설렘과 기대가 있었다. 약속 상대를 빨리 보고 싶었다.
오늘은 7년 전 같은 학교,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선배 교사들을 만났다. 직장 선배이면서 육아 선배, 인생 선배이기도 했다. 내가 언니처럼 잘 따랐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만났다. 곧 칠레로 떠나는 나를 위해 각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기말고사 기간에 시간을 내서 만날 수 있었다.
같이 근무하며 그들과는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직장 동료와 상사의 험담도 같이 했다. 무엇보다 나의 육아 고충을 깊이 이해하고 조언해주었던 그들이었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나를 꾸미지 않아도 되고 하면 안 되는 말들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다울 수 있었다.
'나답게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더 편해지고 상대가 더 보고 싶어졌다. 같이 먹었던 음식도 소화가 잘 되었다. 몸도 느끼는구나!
앞서 만났던 사람은 좀 불편했다. 친하지 않았고 어떤 의무감으로 정한 약속이었다. 가기 전부터 어떤 말을 해야 될지 고민했다. 주문했던 음식을 다 먹지 못해 남은 음식을 포장했다. 먹고 나서도 소화가 되지 않아 저녁을 먹지 못했다.
만나려고 했지만 내가 취소했던 약속 역시 만나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좋은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약속 당일 내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약속을 미뤘다.
이제는 애쓰지 않아도 되는 편한 만남을 몸도 알아보는 나이가 된 건가. 마음뿐만 아니라 몸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