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을 쌀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내 마음
2월부터 남편의 근무 체계가 바뀌어 3일에 한 번씩 도시락을 싼다. 점심 한 끼만 싸는 것이 아니라 그날 하루와 다음날의 아침까지 모두 네 끼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내가 휴직 중이라 도시락을 싸는 일이 힘들지 않다. 근데 부담스럽다.
일을 하고 있었다면 바빠서, 피곤해서 반찬이 부실해도 마음이 덜 불편했을 것 같다. 일을 쉬고 있는데 매일 싸는 것도 아니고 3일에 한 번 싸는 것도 힘들다고 투정을 부릴 수가 없다. 게으르고 성의 없어 보이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특별하고 다양한 반찬을 준비하지는 않는다. 소고기 장조림, 멸치볶음, 진미채 무침, 김치볶음, 오징어 젓갈, 감자볶음, 어묵 볶음 등을 밑반찬으로 하고 주요리는 오징어 볶음, 불고기 등 육류와 해물,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메뉴를 구성한다.
처음에는 멋지게 차려주고 싶어서 유튜브 채널도 구독하고 도서관에 가서 요리책도 찾아봤다. 문제는 거기에 나오는 요리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요리였다. 내 요리 실력, 남편의 음식 취향, 집에 있는 조리도구와 맞지 않았다.
7시 30분에 출근하는 남편의 도시락을 싸기 위해서는 늦어도 5시 30분에는 일어난다. 전 날 여유가 있을 때는 미리 재료를 썰고 쌀을 씻어서 불려 놓는다. 미리 준비하지 않은 날은 볶음밥 하나 했는데 6시 30분이다. 다른 반찬을 준비하며 마음이 바빠진다. 서두른다. 갑자기 짜증이 밀려온다.
'그냥 대충 먹으면 안 될까?, 한 음식으로 계속 먹으면 안 될까?...'등등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마음에서 솟구친다. 남편은 나에게 간단하게 먹어도 된다고 편하게 준비하라고 한다. 근데 문제는 내가 마음이 불편하다. 못해주는 게 아니라 안 해주는 것 같아 묘한 죄책감이 든다.
내가 싸놓은 도시락을 남편이 웃으면서 챙기는 모습을 볼 때면 사랑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보람도 있다. 편한 것도 있다. 아이들의 저녁 반찬을 미리 준비할 수 있어 오후 시간이 여유롭다.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반찬을 할 때는 그렇지도 않다. 또 짜증이 난다.
며칠 전, 피곤함이 느껴지자 내가 마음속으로 괜한 도시락 탓을 하고 있었다. 도시락 싸는 것 때문에 힘들어서 그런다고. 샤워를 하고 좀 쉬자 몸이 다시 편안해졌다. 다시 마음이 바뀌었다. '도시락 그까짓 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오늘 도시락 메뉴를 고민하다 문득 내가 아이들의 도시락을 싼다면 어땠을까? 궁금했다. 더 기쁘게, 더 편하게 쌌을까? 남편 도시락이라서 내가 이렇게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도시락이라면 불편하긴 해도 덜 짜증날 것 같다. 애들한테는 기대하는 것이 없으니까. 애들한테는 해주는 게 당연하니까. 근데 남편은 다르다. 남편한테는 의지하고 싶고, 받고 싶고, 무언가 기대하는 것이 있다. 내가 해주면 남편도 그 정도는 해줘야 되는데 뭔가 주는 만큼 돌아오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조금 분한 마음이 들었을까?
내일 또 그날이다. 도시락을 싸야 한다.
잠을 일찍 자야 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잠들어서도 자주 깬다. 알람이 제대로 맞춰졌는지 몇 번이고 확인한다.
내일 아침에는 어떤 마음들이 나를 찾아올까?
그 마음들은 어떻게 변할까, 나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될까.
나에게 오는 마음들을 잘 살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