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사랑

나는 엄마의 사랑을 맛있게 먹었다.

오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남편이 아프다. 몸살 기운이 있다고 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신속 항원 검사 결과는 음성이다. 남편이 오랜만에 아픈 것 같다. 백신 접종 이후 힘들어하긴 했지만 앓아누울 정도는 아니었다.


오늘은 남편의 휴일이라 아침에 퇴근하면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점심도 같이 먹고 오후에 스타벅스 기프티콘으로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싶었다. 나에게 계획이 다 있었는데 이렇게 되어서 좀 아쉬웠다. 괜히 나도 아픈 건 아닌지 확인하고 목이 붓지 않았는지 침도 삼켜본다. 괜찮다.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


남편이 아프면 나도 우울해진다. 집안일도 하기 싫어진다. 요리가 제일 하기 싫다.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아파서인가. 그렇다고 아픈 사람에게 대충 차려줄 수도 없다. 애들도 대충 차리면 꼭 지적질을 해서 뭐든 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다. 하면서도 심통이 난다. 난 왜 아프지도 않고 아픈 식구들 밥만 차려야 되나...


오늘 오마이뉴스에서 인상 깊은 기사를 읽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된 아내의 밥을 차리는 남편의 이야기였다. 힘들었다고, 아내가 차려주는 삼시 세끼를 당연하게 여겼다고 반성하는 글이었다. 부러웠다. 남편이 해준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내를 위해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하는 남편이.


남편이 아픈 몸으로 도우려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힘이 없어 보인다. 미안한 마음에 그러는 거 안다. 신경이 쓰인다. 남편이 없으면 아무 생각 없이 하는데 남편이 있는데도 안 도와주거나 못 도와주는 것은 아내에게는 짜증 나는 일인 것 같다. 그래... 또 마음의 문제구나...


내가 싸준 김밥을 맛있게 먹어준 남편에게 고마웠다. 남편은 항상 내 음식에 대해 칭찬한다. 리액션이 최고다. 내 음식 맛에 대한 칭찬보다 음식을 하느라 애쓴 나의 수고에 대한 칭찬인 것을 이제 눈치챘다. 칭찬을 해주지 않으면 음식을 해주지 않을까 봐 그러는 것도 안다. 나는 칭찬에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남편에게 들켜버렸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심통이 났다. 남편이 아프지 않았다면 남편에게 하라고 했을 텐데... 아니 남편이 알아서 했을 텐데... 하면서 주부에게 '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굴레이자 죽기 전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은유 작가의 책에서도 밥에 대한 글이 가장 재밌고 공감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다짐했었다. '난 절대 밥에 대한 글을 쓰지 말아야지...! 많은 작가들이 썼는데 나까지 쓸 필요가 있어?' 했는데 결국 나도 쓰고 있다. 쓸 수밖에 없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써야 다시 홀가분한 마음으로 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계속 밥을 하려는 이유는 하나다. 남편이 내가 차려준 밥에 고마워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을 잘 먹여서 쑥쑥 크게 하고 싶기도 하다. 밥을 차려준다는 것은 내가 해준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이 먹고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음식을 먹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요리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요리에 사랑이 숨어 있었구나... 나는 가족을 사랑하고 있구나... 사랑하면 요리 말고도 뭐든 할 수 있겠구나... 무엇이든 사랑해야겠다!


갑자기 엄마가 해주던 음식이 떠올랐다. 나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을 때 엄마가 해주는 밥이 먹고 싶었다. 엄마 밥을 먹으니 힘이 났다.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살아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알았다. 내가 엄마에게 사랑받았다는 것을, 엄마의 사랑을 맛있게 먹고 컸다는 것을.


#삼시세끼#밥하기#주부

작가의 이전글시작이 어렵지...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