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어

남편 없이 아이들과 지낸 하루

남편이 대학원 수업에 가는 날이다. 남편은 나에게 대학원 동기들과 늦은 점심 약속이 있다고 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수업을 듣고 식사를 하고 나면 저녁쯤에나 올 것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자신들과 놀아주는 아빠가 없으면 아이들이 심심해할 것이 분명하다. 내가 같이 놀아주지 못하더라도 시간을 때워 줄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남편이 점심 약속에 가도 되냐고 물었을 때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방학에 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남편은 진심을 다해 놀아준다. 해가 지면 집 근처 공원에 가서 축구, 족구 하기, 집에서 카드놀이. 아이들은 아빠와 노는 시간을 행복해한다. 남편을 육아로부터 잠시라도 해방시켜주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집을 떠나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아서다. 남편이 그것을 원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마음을 알아주고 배려하고 싶었다.


평소보다 3~4시간 정도 늦게 오는 것뿐인데 내 마음이 이상하다. 책을 읽어도 재미가 없고 아이들과 한 쇼핑몰 구경도 피곤했다. 마트에 가서 아이들 간식거리만 잔뜩 사서 돌아왔다.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돈으로 때우려는 것 같아 찜찜했다.


오후부터는 배가 고팠다. 점심을 먹고 나서 시간이 꽤 흐르긴 했지만 배고픔이 강하게 느껴졌다. 하루에 한 잔으로 제한했던 커피를 더 마시고 싶었다. 아껴두었던 카페 라떼 캡슐을 꺼내 마셨다. 기대했던 것만큼 맛이 있진 않다.


나 혼자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불안하고 힘들다. 아이들이 제법 커서 육체적으로 힘들 일도 없다. 아이들은 공부 시간도 잘 지키고 밥도 혼자 먹고 혼자 씻는다. 내가 끼니만 챙겨 주면 특별히 손이 안 간다. 아들 둘이라 자기들끼리 노는 시간도 많다. 엄마가 같이 놀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은 나에게 놀아달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20230108_.jpg 아이들과 원반 던지기(아빠는 피곤해ㅠㅠ)


나에게 분리불안이 있는 걸까. 혼자 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이들과 있을 때는 모든 게 버겁다. 아이들 끼니를 챙기는 것도 더 힘들게 느껴진다. 오후 5시가 되어가자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나도 안다. 내 짜증은 타당한 근거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더 어이없고 괴롭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남편이 집을 오래 비우거나 외출해서 집에 늦게 오면 엄청 짜증을 냈던 내가 떠올랐다. 그땐 이유라도 있었지. 아이들이 다 컸는데 이게 뭘까.


어린 시절을 거슬러 가봐야 되나. 또 누굴 탓해야 하나. 육아에 대한 나의 무능을 인정한다 해도 이런 내 마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나를 따뜻하게 봐주고 싶다. 나는 심심했던 게 아닐까. 이야기할 사람이 남편뿐인 외국에 있으니 남편이 없으면 외롭지 않을까.


당장 남편에게 언제 오냐고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 이럴 땐 몸을 움직여야지. 저녁을 준비했다. 잠시 후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남편이 보낸 메시지가 와 있었다.


"가요."


이 메시지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짜증, 미움, 원망, 불안 같은 감정들이 몸 아래로 쑥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냥 심심한 건데. 나는 매사에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다. 내 글도 그래서 '노잼'인 것 같다.


남편이 집에 오자마자 나는 말했다.


"자기가 집에 없으니 외로워서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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