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과 진실함

나에 대한 일말의 진실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했다. 인테리어 사장님이 하신 보이스톡이 와 있었다. 시차 때문에 잘 때는 휴대폰 벨소리를 무음으로 설정한다. 외국에 살고 있어서 바로 통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사장님께 미리 양해를 구했었다.


월세를 내 준 원룸형 아파트가 있다. 얼마 전 세입자에게 화장실 문이 고장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인터넷으로 업체를 검색했다. 몇 개의 업체에 연락을 하고 견적을 받았다. 어떤 업체는 내가 보낸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다른 업체는 수리할 부분을 여러 군데 이야기하며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내가 선택한 업체 사장님은 휴일인데도 바로 연락을 해주셨고 가격도 적당한 선에서 제시했다. 가벼운 흥정 후 바로 일을 부탁드렸다.


나에게는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판단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 나에게 그런 기준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결정했을 때에도 후에 내가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성실함과 진실함.


*성실하다 : 정성스럽고 참되다.

*진실하다 : 거짓이 없이 바르고 참되다.


나는 정성스럽고 거짓이 없는 것 또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니 믿는다. 나는 의심이 많다. 사람은 언제든 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건을 살 때도, 같이 일을 할 때도. 내가 믿어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판단한다. 거기다 친절함까지 있으면 완벽해진다.


인테리어 사장님은 메시지보다는 통화하기를 원했고 주문할 문의 브랜드, 제작 기간, 설치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나는 설치 후 사진과 계좌번호를 보내주면 바로 입금하겠다고 했다.


내가 자고 있는 사이 사장님은 사진을 보냈고 보이스톡을 했다. 계좌번호는 남기지 않았다. 나는 바로 보이스톡을 눌렀다.


"사장님! 고생하셨어요. 근데 계좌번호를 안 보내셨네요."

"문 설치 잘했고요. 사진상으로는 색깔이 기존 문과 차이가 나게 보이는데 실제로는 심하지 않아요."

"문은 사용상의 부주의로 망가진 것인가요? 오래되어서 그런가요?"

"기존 문 아래쪽이 물을 먹어서 그러는데 이번에 설치한 문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나라면 사진과 계좌번호만 보내고 말았을 텐데 사장님은 친절하게 전화로 설명해 주셨다. 보통 다른 일로 거래했던 업체 사장님과는 일이 마무리되고 나서 굳! 이! 통화까지는 하지 않았다. 사장님이 사진과 계좌번호를 보내주면 나는 돈을 입금했다. 이번 사장님은 달랐다. 돈을 썼는데도 느낌이 좋았다.


나는 일하는 사람의 태도를 유심히 관찰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서도 성실하지 않고 뺀질(?) 대는 사람을 싫어하고 가까이하지 않았다. 거짓말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왜 성실함과 진실함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왜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할까?




예전 같았으면 바로 아빠를 소환했을 것이다. 아빠가 성실하지 않았고 진실하지 않았다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빠가 모든 일에 성실하지 않았던 것도 늘 거짓말을 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해 부모탓을 했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빨리 편해지니까. 더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아직도 부모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뭐든 열심히 하는 편이다. 내가 했던 '열심'이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열심'이어서 문제였지 성실하기 위해서 애써 노력하지 않았다. 나는 거짓말을 싫어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잘하지 않는다. 인사치레도 못한다.


그냥 그게 나다. 부모님이 성실하거나 진실하지 않아서 그게 나에게 중요했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절로 배웠던 것도 같다. 내가 성실하고 진실한 태도로 일했을 때 칭찬과 인정을 받아서 그것이 더 중요해졌는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니 나에 대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나는 더 독립해야 겠다. 부모와 더 멀어져야겠다.


20230105.jpg 가자! 진실의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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