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급식
나는 급식을 좋아한다. 사랑한다. 이유는 많다. 남이 차려주는 음식이고 영양사(또는 영양교사)가 영양소를 고려해 짠 식단이며 맛도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내가 교사가 되어서까지 급식 경력만 20년 가까이 되었다. 한 번도 맛이 없었던 적이 없다.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이나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맛이 없다고 했던 식단조차도 나는 다 맛있었다.
어젯밤에는 몸이 피곤하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럴 때 나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 어제 가장 생각났던 음식은 급식이었다. 학교에 가서 일하고 싶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언젠가는 다시 가야겠지만 지금은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
학교에 근무할 때 오전에 조퇴하겠다는 학생이 있으면 나는 설득한다.
"급식은 먹고 가야지. 밥은 먹고 가자."
아이들은 편의점 음식이 더 맛있는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급식 먹기 전에 가겠단다.
점심시간에 학생이 찾아오면 나는 확인한다.
"급식은 먹고 온 거지?"
아이들이 어릴 때는 밥과 반찬을 식판에 담아주었다. 골고루 많이 먹게 하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식판에 담긴 밥이 내 눈에는 맛있게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왜 급식이 좋을까? 나는 왜 급식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한 가지 확실한 이유는 있다. 결혼하고 내가 직접 식사를 준비하게 되면서 남이 차려준 밥이 좋다. 식사 준비의 고단함을 알게 되었다.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고 장 본 것을 정리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까지의 긴 과정을 알기 때문이다. 퇴근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왔을 때 시어머니의 밥 먹으러 오라는 전화가 반가웠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학교에서 급식을 먹으며 나도 모르게 "아! 맛있다."라고 하자 내 앞에 앉아서 식사를 하시던 나이 지긋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건강하니까 밥이 맛있는 거야. 아프면 무엇을 먹어도 맛이 없어."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급식도 좋아하는 나는 지금, 건강하다는 뜻이겠지? 뭐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