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작
여행 1일 차
목적지는 콘셉시온이다.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 다음으로 큰 도시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 정도인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 부산에만 가도 도시의 화려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 지방에 사는 나에게는 부산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신세계다. 콘셉시온도 그런 도시인 줄 알았다. 막상 가보니 지방 소도시처럼 보였다. 여행이 끝난 후 알았다. 칠레는 산티아고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는 한적하다. 산티아고만 번화하다. 내 주관적인 느낌이다.
칠레 제2의 도시라고 해서 잔뜩 기대했다. 원래 콘셉시온에는 갈 계획이 없었다. 첫 번째 여행지인 푸콘으로 가는 길이 너무 멀어 중간에 쉴 만한 곳을 찾았다. 도시의 규모가 어느 정도 있어야 호텔도 저렴하고 좋았다. 콘셉시온이 적합했다. 트립 어드바이저로 검색해 보니 즐길거리가 몇 개 없다. 1위가 콘셉시온 대학교란다.
도시에 대학교가 볼거리라니. 얼마나 대학 캠퍼스가 멋지길래. 나는 또 기대했다.
대학 캠퍼스가 이렇게 작을 줄은 몰랐다. 건축 양식이 우리와 달라 건물들이 예뻐 보이기는 했으나 나는 대학의 규모가 작다는 것에 놀랐다. 살짝 실망했다. 남편은 푸콘과 조금 더 가까운 다른 도시에 숙박하기를 원했으나 내가 우겨서 이곳까지 왔는데 미안했다. 대학교 건물이 예쁘면 얼마나 예쁘다고.
어떻게든 나의 선택이 괜찮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배가 부르면 마음이 관대해지지 않나. 열심히 저녁 식사를 위한 맛집을 검색했다. 후기를 꼼꼼히 읽고 난 후 페루 식당에 가기로 결정했다. 칠레에서 페루 식당 선택은 실패하기가 어렵다. 페루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고 맛있다.
외식비를 아껴야 해서 네 식구가 식당에 가면 메뉴를 세 개만 주문한다. 음식의 양이 많기를 기대한다. 둘째가 좋아하는 파스타는 예상외의 비주얼이었다. 나머지 메뉴는 살짝 짰다. 소금을 적게 넣어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덕분에 우리 가족은 자기 직전까지 다량의 생수를 마셔야 했다. 다행히 음식의 양은 많았다.
배가 불렀는지 아이들은 이 식당에 오기를 잘했다고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행이 즐겁다고 행복은 이런 거라고 했다. 나와 남편이 뿌듯해졌다. 우리는 잔소리를 잊지 않았다.
"지난번 여행에서도 느꼈겠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끼니를 거를 수도 있어. 먹을 수 있을 때 잘 먹어야 해."
내가 한 잔소리인지 남편이 한 잔소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여행 내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런 잔소리를 했다. 지난 여행 때 자주 끼니를 걸러서 아이들이 짜증을 냈던 것이 우리를 힘들게 했다.
호텔은 부킹닷컴에서 추천해 주는 곳으로 예약했다. 몇 번의 여행 경험을 토대로 부킹닷컴의 추천은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나를 돈이 없는 사람으로 본 것인지 저렴한 숙소만 알려주었다. 저렴해서 좋긴 했지만 막상 가서 보면 아이들과 같이 자기에는 청결하게 보이지도 않았고 숙소도 낡았다.
이번에는 여행 기간이 길기 때문에 호텔비가 더 들더라도 깨끗하고 조식도 잘 나오는 곳으로 하려고 했다. 잘 먹고 잘 자야 여행이 즐겁지 않나. 콘셉시온이 큰 도시여서 그런 건지 적당한 규모의 좋은 호텔들이 많았다. 내가 묵은 호텔은 조식이 특히 좋았다.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우리는 칠레의 휴양지인 푸콘으로 출발했다.